영화배우 공유는 아버지(공)와 어머니(유)의 성姓씨를 따서 예명을 지었다고 한다. 그야 자기 의지로 이렇게 예명을 지었지만, 남편과 아내가 성씨의 평등을 주장하다 보면 젊은 부부 사이에는 아이에게 내 성씨를 물려주겠다고 싸우는 경우가 많아진다. 어르신들은 이게 무슨 소리냐고 하시겠지만 우리나라는 2008년부터 어머니의 성과 본本을 따를 수 있도록 법으로 정했다. 혼인할 때 '우리 부부는 앞으로 태어날 자녀의 성을 어머니 성에 따르기로 합의했다'고 신고하면 자녀가 태어나 출생신고를 하면서 어머니 성과 본으로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릴 수 있다.
우리나라는 원래 아버지를 알 수 없는 사람만 어머니 성을 따르게 했다. 이런 규정이 남녀차별이라고 국회에서 인정하자 부모가 합의하면 어머니 성을 쓸 수 있다고 법을 바꿨다. 가족이 해체되는 위험한 결정이라고 어르신들이 크게 반발했지만, 성씨의 남녀평등은 어쩔 수 없는 흐름이었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것을 원칙 - 부성父姓 원칙- 으로 한다는 기저基底는 있었다. 아버지 성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부부의 합의가 있으면, 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부모(부부) 협의의 원칙으로 법이 바뀐다. 자녀의 성姓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를 아버지 성을 우선 따른다는 것에서 부모가 협의한 것을 따른다는 원칙으로 바뀐다. 자녀의 성은 부모가 결정하기에 따르며 결정 시기도 10년 전에는 혼인신고를 하면서 '아이를 낳으면 성을 이렇게 하겠습니다'라고 했는데 이제는 출생신고를 할 때 '이 아이의 성은 이렇게 하겠습니다'라고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어르신들이 탄식할 '세상 참!'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이러나?' '여자들 기가 너무 세져서 문제야!'가 아니다. 모든 게 아이를 적게 낳기 때문에 생기는 변화, 변할 수밖에 없는 변화라고 해야 한다. 혼인 내, 혼인 외 출생인가를 따지지 않아야 하는 사회 분위기에도 맞춘 것이다. 주민등록 등·초본에 '계모, 계부, 배우자의 자녀' 등의 표기를 하지 않도록 바뀌는 사회 분위기에 아버지 성을 당연히 따라야 한다는 당위성은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다문화 가정을 포용해야 한다는 백 마디 말보다 이런 조치가 당장 더 효과를 볼 것이다. 미혼모와 미혼부를 차별하지 말자고 떠들기보다 실제로 차별을 없애는 효과적인 개선이 될 것이다. 아이가 어떤 환경에서 태어나든 사회에서 차별받지 않고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누가 들어도 당연한 말 아닌가.
새롭게 태어나는 아이의 삶의 질을 개선하려고 아버지의 성, 어머니의 성을 선택하는 자유가 열리는 것이라면 토를 달 이유가 있을까.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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