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오빠(여기서는 띄어쓰기를 하지 않았다)라고 하면 '반듯한'이라는 이미지가 따라 붙는다. 나쁘지 않은 이미지다. 성실하고 부지런하고 예의 바르고... 그래서 연예인을 두고도 교회오빠의 이미지를 풍기는 이를 선정하곤 한다. 실제로 교회 다니는 연예인 중 선한 이미지의 남자 연예인을 찾는 '진짜 교회오빠'는 누구인가, 하는 식이다. 가짜 교회오빠가 있다는 말은 아니다.
'그냥 아는 교회오빠'라는 말은 웬걸, 전혀 해롭지 않은, 위험하지 않은 사람, 혹은 남자라는 뜻까지 품는다. 오빠 앞에 교회가 붙으면 이런 위력도 발휘한다. 그런데 혹시 이성에게서 교회오빠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그게 입이 귀에 걸릴만큼 그리 좋아할 일은 아니다. 편하고 자상하고 훈훈한 남자라서 물론 나쁘진 않으나 완벽하게 매력적이지는 않다는 말?. 좋아 보이지만 이성적인 매력은 글쎄, 이런 뉘앙스가 있다. 물론 100% 다 맞는 말은 아니다. 보통의 남자 80% 이상이 교회오빠의 이미지조차 살아가면서 한 번 얻기 힘들다. 교회오빠라도 되면 거의 이미지로는 성공이지.
각설하고, 요즘 한국 사회에선 교회오빠들이 사라졌다고 한다. 교회오빠는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와 함께 최고 배우자감으로 각광받았는데 요즘은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물론 교회에서 청년 남녀의 비율은 늘 여성이 많았다. 그래도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교회에는 교회오빠들이 있었고 같은 신앙을 가진 배우자감을 찾는 여성들에게는 가장 좋은 대상이 교회오빠였다. 그런데 그 교회오빠가 이젠 아주 귀하고 드문 현상이 됐다고 한다.
교회오빠들이 어디 갔을까. 젊은 남성 기독교인이 줄었다는 말일까. 그런데 통계를 보면 그것도 아니다. 젊은 남성 기독교인은 그 연령대 전체 인구의 16%를 조금 넘게 늘 유지되고 있다. 20%에 거의 육박하는 젊은 여성 기독교인보다는 적지만 이 수치만으로 본다면 교회오빠가 귀하고 드물어졌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젊은 남성 기독교인이 교회에 나오지 않아 교회오빠가 준 것이다. 교회를 다니는 젊은 남성이 주일에 교회를 가지 못하는 팍팍한 현실이 교회오빠를 사라지게 한 것이다.
교회오빠가 사라졌다는 기사가 나온 날, 원인을 찾을 수 있는 기사 하나가 같이 실렸다. <취업 무경험 실업자 10만 육박>이라는 기사다. 한 번도 취업을 못해본 실업자가 10만 명이 다된다는 청년 실업난을 반증하는 기사를 보면 취업 무경험 실업자 중에도 남성 5만8000명, 여성 4만 명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20∼29세가 7만8000명으로 전체의 80%를 차지했는데 전체 취업 무경험자에서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는 아주 좋지 않은 소식이다. 취직에 매달려 주일을 주일로 보낼 수 없는 팍팍한 현실이 교회오빠를 사라지게 한 것이다. 아마도 많은 교회오빠가 취직이 될 때까지 교회오빠가 되기를 당분간 보류한 것으로 보인다.
교회오빠가 교회를 등진 것이 아니다. 교회가 청년의 현실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청년문화에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교회가 이곳 런던에도 많다. 힘든 생활 속에서도 주일 하루는 교회오빠로 돌아오는 청년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욕심이다. 지치고 힘든 교회오빠들이 기댈 곳은 역시 교회일지라, 너무 잘 생기지 않아서 너무 똑똑하지 않아서 편한 아, 그런 교회오빠들이 그립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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