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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알프스의 요들 대학

hherald 2018.02.05 18:54 조회 수 : 2633

 


요들송을 전문적으로 부르는 가수를 '요들러'라 한다. 7080세대는 잘 알 텐데 한국의 요들러라면 단연 김홍철이다. 나는 김홍철을 중학교시절에 직접 봤다. 1970년대 중반이었는데 내가 다니던 중학교에서 라디오 프로그램 녹화방송을 했는데 초대가수로 김홍철과 당시 인기 여성듀엣 '산이슬'이 왔다. 그날 직접 들은 노래 <아름다운 스위스 아가씨>에 나오는 <그 아가씬 언제나 요들레이히 요들레이 요들레이히 귀여운 목소리로 요들레이히 요들레이 요들레이히>를 한동안 따라 해봤지만 제대로 된 적이 없다. 원래 요들은 창법이 독특해서 일반인은 부르기 힘들다.

 

김홍철은 요들의 본고장 스위스에서 직접 요들을 배워 온 요들러다. 1960년대 초 우리나라는 스위스와 수교도 안 된 시절, 우연히 라디오에서 요들을 듣고 무작정 스위스 신문사에 편지를 보내 요들을 배우고 싶다고 해 취리히 신문사에서 보낸 테이프와 악보로 연습했다. 영판 모르는 이상한 나라의 학생이 요들송을 부른다는 것이 스위스 신문에 소개되고 스위스에서 유명인이 돼 스위스 신문사와 관광성이 여비를 줘 유학을 한다. 돌아온 그는 한국에 요들을 전파한 요들의 대부가 된다. 신상을 찾아보니 70세가 훌쩍 넘은 할아버지가 됐다. 머리와 수염은 하얀데 목소리는 여전히 요들레이 요들레이히.

 

요들은 알프스 일대에서 목동들이 의사소통을 하려고 불렀다. 스위스 알프스 지방에 사람 키보다 긴 알페호른이라는 관악기가 있는데 이는 의사소통 수단으로 사용됐다. 목동들이 그 소리를 흉내 내 노래한 것이라고도 하고 가축을 방목해 키우니까 이를 통제할 때 우리의 '이랴'와 같이 '요들레이히'하며 소를 몰았다는 설도 있다.

 

알프스의 목축은 초여름 산으로 소 떼를 몰고 가 여름 동안 산에서 목동과 소가 함께 지내다 초가을에 내려오는 방식이다. 알프스의 목초지는 주로 수목한계선 위에 위치해 있어 여름철에만 사용된다. 그렇게 관리하지 않으면 한순간에 황폐해진다. 이걸  신석기부터 현재까지 철저히 지켜왔다. 그래서 요들의 기원을 신석기 시대로 보는 견해도 있다. 신석기 시대에 산으로 간 목동들이 저쪽 골짜기의 친구 목동에게 안부를 묻는다. 여름이 왜 이리 길지, 소 한 마리 그쪽으로 가지 않았냐, 요들레이 요들레이히.
 
스위스에 가면 아무데서나 요들송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유행하는 게 아니라 관광자원으로 전통음악으로 그저 명맥을 유지한다는데 하긴 우리 판소리도 전에는 씨름대회 결승전에서나 들을 수 있었지. 

 

스위스 루체른 대학에서 올 가을 신학기에 요들을 정식 학위 과정으로 개설한다는 소식이다. 스위스에서 요들이 인기를 잃었다가 최근 다시 붐이 인 것도 한몫했다고. 알프스와 요들, 접할 기회가 많아지면 좋지. 이참에 고독하고 힘든 알프스 목동의 노래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올리겠다는 스위스 정부의 계획도 다시 추진되길 응원한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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