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발 0시 50분 목포행 완행열차'인 호남선의 종착역은 목포다. 목포는 항구다. 일제강점기인 1940년대 7만 명이 살았던 목포는 부산, 인천, 원산과 함께 조선 4대 항구 중 하나였고 조선 16대 도시에 들었다. 1950년대에는 인구가 더 늘어 11만을 헤아렸는데 남한 6대 도시로 꼽혔다. 그런데 수심이 얕고 입지가 나빠 대규모 무역항으로 발전하지는 못했다.
목포는 일제가 조선의 물자를 일본으로 실어가려는 과정에서 커진 항구라 아직도 일본 적산가옥들이 많이 남아 있는데 모두 구도심에 있다. 구도심이란 과거 번창했던 항구 일대를 말하는데 1990년대 후반부터 대규모 아파트촌이 형성된 지역이 신도심이다. 활력을 잃은 구도심은 빈집과 빈 가게가 많다. 영락없이 쓰러져가는 동네 풍경이다.
몇 해 전 한국에 갔을 때 목포에 들른 적이 있는데 민어회가 유명하다는 영란횟집을 물어물어 찾아갔다. 유달산이 가까이 보이는 곳에 숙소를 잡고 아직도 오토바이를 타고 커피 배달을 하는 다방이 여럿 있는 목포 선창도 구경했다. 목포를 처음 갔기에 그때는 몰랐는데 횟집도 목포근대역사관 인근이었다. 이 모두가 구도심에 있다. 회를 먹고 나오니 초저녁인데도 거리에 인적이 드물었다. 물어보니 구도심은 해가 지면 사람 구경하기 힘들다고, 사람들, 특히 젊은이를 보려면 신도심에 가야 한다고 했다.
손혜원 의원의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투기 의혹으로 시끄러운 요즘, 손 의원에게 그나마 우호적인 여론이 있다면 그것은 손 의원이 목포의 구도심을 되살리려 노력했다고 생각한다는 목포 구도심에 사는 시민들이다. 실제 여론조사에서 목포 시민의 63%가 ‘손 의원의 계획이 목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래서 투기인지 아닌지 확인한다며 방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도 목포 시민들은 '구도심이 얼마나 쇠락했는지 확실히 보고 가라'고 요구한 것이다. 손 의원이 구도심 건물들을 사들이기 전에 이 지역의 쇠락에 눈길을 준 정치인은 한 명도 없었는데 이제 갑자기 정치인들이 떼로 몰려오는 거리가 됐다.
<그리운 내 고향 목포는 항구다>라는 가사가 후렴구로 나오는 '목포는 항구다'라는 이난영의 노래가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자유한국당 정용기 의원이 <목포는 호구다>라고 비아냥댔다가 목포 시민과 지역 의원들로부터 호되게 욕을 먹는다. 정의원이 <'목포는 항구다'라는 노래가 있는데 지금은 '목포는 호구다'라는 얘기가 나온다. 손혜원 의원 입장에선 목포는 호구였을 뿐>이라고 말했다가 <목포를 비리와 투기 의혹 지역으로 몰아가려는 조작이자 지역 비하성 막말>, <목포 시민을 모독하고 비하하는 상식 이하의 발언>이라는 반발을 샀다.
어떤 연고는 물론 아무 연관이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게도 목포, 하면 눈물로 연상되지만, 목포를 호구로 봤다는 건 평가로도, 언사로도, 시각으로도 너무 가볍다. 목포는 항구다.
헤럴드 감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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