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15일 뉴질랜드의 모스크 두 곳에서 총기 난사로 50명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를 두고 이웃 호주의 프레이저 애닝 의원이 "뉴질랜드 이슬람 사원 총기 난사 사건의 원인은 무슬림 이민 때문"이라고 해 공분을 샀는데 이어 멜버른의 한 극우 집회에서 다시 희생자들을 비난하는 증오 연설을 하고 기자회견을 하던 중 십 대 청소년에게 달걀로 맞았다. 윌 코놀리라는 17세 소년이 손에 든 날계란을 애닝 의원의 뒤통수에다 대고 깨버렸는데 격분한 애닝 의원도 소년의 뺨과 머리를 두 차례 가격했고 애닝 의원의 지지자들이 소년을 제압했다. 애닝 의원은 워낙 답이 없는 발언을 한 탓에 호주의 국민 역적이 됐고 소년은 무혐의로 석방됐다. 소년을 위해 뉴질랜드 국민이 모금까지 했는데 소년은 이를 희생자들을 위해 기부해 더 좋은 소리를 들었고 지금은 극우 정치인에게 달걀로 테러를 가했던 '에그 보이'로 애칭된다.
극우 정치인을 상대로 한 테러 우려로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는 며칠 전 맥도널드에서 <오늘 밀크셰이크를 팔지 않는다>는 문구를 매장 문에 붙였다고 한다. 그날 스코틀랜드에서 전 영국독립당(UKIP) 대표였던 나이절 패라지 브렉시트당 대표의 유세가 있을 계획인지라 밀크셰이크가 그를 향해 날아올까 우려한 경찰이 맥도널드에 요청했다. 그런데 왜 경쟁업체인 버거킹에는 요청하지 않았을까. 버거킹은 <친애하는 스코틀랜드 주민 여러분. 우리는 주말 내내 밀크셰이크를 판매합니다, 라고 오히려 홍보했다.
영국에서는 최근 극우당 정치인들을 향해 심심찮게 밀크셰이크 테러가 일어난다. 극우단체 영국수호리그(EDL)를 만든 토미 로빈슨, 유럽의회 선거 유세를 하던 영국독립당의 칼 벤저민 후보 등에게 밀크셰이크가 날아왔다. 영국의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 나이절 패라지가 이를 피할 수 있을까. 그래서 경찰이 부탁한 거다. 그런데 나이절 패라지는 2014년 노팅엄에서 시위자에게 달걀을 맞은 경험이 있다.
2004년 영국국민당을 지지하러 영국에 온 프랑스 극우파 정치인 장-마리르펜 국민전선(FN) 당수도 이미 "파시스트는 꺼져라"하고 외치는 영국 시위대로부터 달걀을 맞았었다. 맨체스터에서 얼굴에 달걀 세례를 받고 쓰레기를 뒤집어쓰는 수모를 당했다. 영국국민당 기본 정책은 이민허용 즉각 중단,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인데 이에 힘을 보태려 온 프랑스 극우파 정치인의 방문이 달갑잖았던 대중의 답은 달걀 세례였다.
뉴질랜드 테러범 태런트는 프랑스 극우의 영향을 받았다는 보도가 많았다. 범행 전 '선언문'이란 걸 인터넷에 올렸는데 프랑스 극우 작가가 주장하는 반이민주의 내용을 그대로 썼다. 물론 해당 작가는 테러범이 내 이론을 왜곡했다, 나는 폭력을 옹호하지 않는다, 라고 항변했다. 그 작가는 독일의 반이슬람단체 페기다를 가리켜 투쟁을 벌이는 위대한 희망이자 해방전선이라고 하더니 자신의 주장을 그대로 옮기고 실천한 테러범 태런트는 상황이 불리해지니 버린 것이다.
애닝 의원을 날계란으로 때린 소년은 후에 방송에 나와 <내 행동이 옳은 일이 아니었다, 폭력은 답이 아니다.>라고 반성하고 사과했다. 밀크셰이크나 날달걀 테러가 당연히 답이 될 수 없다. 아니다 싶으면 찍어주지 않는 것. 잘못된 정치인은 표로 응징하면 된다. 그래서 민주주의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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