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진 뒤에야 봄이었음을 압니다>는 한 시민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주변에 만들어지는 박석에 남긴 글이다. 노무현재단이 노 전 대통령 묘역 주변에 박석(얇고 평평한 바닥돌)을 깔아 묘역 전체 바닥을 채우는 국민참여 박석 캠페인을 실시해 만 오천 개의 박석을 모았다. 이 박석마다 글을 새겨 전체를 거대한 비문으로 만드는 것인데 작은 박석이 모인 모양은 노 전 대통령이 지향해 온 '사람사는 세상'을 보여주는 거대한 문양이 될 것이라는게 아주작은비석건립위원회의 설명이다. 노 전 대통령의 사저 뒤 봉화산에서 내려다보면 문양이 선명하게 보이게 된다고 한다.
전체 박석은 약 3만8000여개가 깔리고 글을 새긴 박석은 만 5000개다. 원래 1만 개로 했으나 신청자가 많아 5천 개를 더 늘였다. 자발적 후원금으로 박석을 구입한 개인이 자신이 원하는 글을 적고 이를 전문 석공이 새기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꽃이 진 뒤에야 봄이었음을 압니다>도 어느 국민이 자신이 구입한 박석에 남기고 싶은 말, 혹은 노 전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을 새긴 것이다. 모든 것을 오는 5월 23일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 이전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아래 지금 한창 진행 중이다.
노무현재단이 일부 공개한 박석에 새겨진 추모 문구에는 아쉬움과 통한이 맺힌 전하지 못한 생전의 말이 글로 바뀐 것을 볼 수 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지난해 5월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내 몸의 절반이 무너진 것 같은 심정이다>라는 김 전 대통령의 심경을 친필로 썼다. 참여정부 한명숙 전 총리는 <당신의 뜻 우리가 이루겠습니다>, 이해찬 전 총리는 <사람사는세상! 당신과 늘 함께하겠습니다>라고 썼다.
유시민 전 장관은 <님은 바람을 거슬러 난 큰 새였습니다>, 김정길 전 의원은 <영원한 내 친구, 평생의 동지>,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제 편히 쉬십시오>, 이호철 전 민정수석은 <죽어도 사랑할 겁니다>, 영화배우 문성근씨는 <따라 살진 못하지만 잊지 않겠습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당신의 꿈을 가슴에 담습니다>,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지관 스님은 <갔지만 가지 않았네. 국민을 위한 불멸의 그 열정은"이란 뜻의 말을 친필 한자(一念普觀三世事 無去無來亦無住)로 써서 재단에 보내왔다.
그러나 역시 평범한 시민들의 추모가 심금을 울린다. <내 마음속에 망명정부 하나 있어 비바람 부는 날이면 나는 망명한다, 내 마음속 대통령에게로>, <존경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온 몸과 마음으로 알게 해주신 노무현, 난생처음 날 웃게 만든 정치인 노무현, 난생처음 날 울게 만든 정치인 노무현>, <농사짓는 사람 마, 그대로 두지. 가신님 애달파 부엉이도 울고>, <한시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바람이 되셨나요? 전 바람개비가 되어 그 바람을 퍼뜨리겠습니다>, <다 버린 당신께 내 마음을 드립니다>, <그리움 담아 눈물 모아 그저 얇은 돌 하나 당신 곁에 놓습니다>
그래. 노무현재단의 표현처럼 박석을 놓는 것이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마음들만 모으는 것이 아니라 노무현과 나라에 대한 사랑과 다짐과 각오들이 만나게 하는 것이 아닐까. 마음이 새겨진 돌들이 서로 만나 서로 어깨동무 하고, 아픔도, 사랑도, 희망도 나누는 것이 아닐까.그래야 꽃이 진 뒤에야 봄이었음을 아는 잘못이 다시는 없도록.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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