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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희한한 경매품과 경매의 두 얼굴

hherald 2010.07.15 15:16 조회 수 : 5179

이번에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가 피우다 만 시가 꽁초가 영국의 어느 경매장에서 4천500파운드에 팔렸다고 한다. 세계 2차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8월22일 처칠 총리가 긴급 각료회의에 참석하느라 피우다 만 9.5cm의 이 시가 꽁초에는 처칠의 이름이 적혀 있다고. 역사적으로 유명한 골초였던 그가 시가 한대를 다 피우지 못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기 때문에 손때와 침이 묻은 시가 꽁초지만 경매가가 높았다고 한다. 이런 물건을 경매에 내놓은 것이 이색적이지만 그보다 시가 꽁초가 나중에 어떤 가치 있는 것이 될 것으로 생각해 보관했던 그 시절 인물의 판단이 더 이색적이다.

 

예술품이나 역사적 유물, 거장의 걸작이 아니라 유명인과 관계된 물품의 경매에서 최고 대우를 받는 이는 단연 엘비스 프레슬리다. 그가 연주한 악기는 물론이고 저택, 자동차 등은 엄청난 가격에 거래된다. 심지어 엘비스 프레슬리가 마셨다면 물도 금값이 된다. 2005년 이베이 경매에서 프레슬리가 1977년 노스캐롤라이나 공연 때 마시고 남은 물이 455달러에 팔린 기록이 있다.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섹시스타 메릴린 먼로도 비슷한 대우를 받는다. 1962년 5월 19일 열린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생일 파티 때 입었던 드레스의 원가가 당시 약 1천500만 원이었는데 1999년 맨해튼의 한 희귀품 수집회사에 팔려나갈 당시의 경매가는 약 16억 원이었다.

 

유명인과 관계되면 어떤 하찮은 것도 가치있는 것으로 변하는 것은 그것에 가치를 두는 사람들만의 세계에 국한된 것일까. 어쩌면 그런 물건에 관심을 보이는 일부에 불과한 사람들이 자기들의 독특한 기호에 따라 이해할 수 없는 가치를 정하고 그 가치를 전염시키는 것은 아닐까. 왜냐하면 유명인과 관계된 것이라는 이유로 붙은 어처구니없는 가치가 우리 삶에 어떤 진짜 가치 있는 것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나마 처칠의 시가 꽁초는 그래도 낫다.

 

힐턴 그룹의 사고뭉치 상속녀인 패리스 힐턴이 쓰다버린 쓰레기가 경매에서 팔리는 것을 보면 장난으로 보기엔 심하다. 그녀가 쓰다 버린 칫솔과. 애완견에게 먹이다 남은 사료의 깡통이 각각 305달러에 팔렸다. 더욱이 먹다 버린 음료수 깡통이 51달러에 팔린 적도 있다.

 

더 놀라운 것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머리카락이다. 잘나가던 그녀가 한창 막 나가던 시절인 2007년, 스피어스는 알코올중독 치료 센터에 입원했었다. 물론 하루 만에 뛰쳐나온다. 그리고 길가 미장원에 들어가 자기 머리를 제 손으로 삭발했다. 그때 잘린 머리카락이 경매에서 100만 달러까지 올라갔다. 이쯤 되면 이런 경매는 이색 경매에 몰린 이들의 장난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쓰레기 경매와는 자못 다른 풍경도 있다. 진짜 가치있는 것을 제 가치를 주고 사서 더 좋게 활용하는 사례는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빌 게이츠다.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화가이자 발명가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작성한 72쪽 분량의 메모 노트를 1994년 387억 원에 산 게이츠 회장은 이를 디지털 버전으로 만들어 세계인들이 원고를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좋은 경매의 수익이 좋은 곳으로 간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경매란 참가하는 사람에 따라 두 얼굴을 가진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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