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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미라가 보여주는 과거의 비밀

hherald 2010.07.17 19:34 조회 수 : 2115

지난해 전남 나주에서 발견돼 '나주 미라'라고 불리던 미라가 후손들의 요청으로 다시 매장된다고 한다. 이 미라는 문화 류(柳)씨 문중의 선산에서 이장 도중에 발견됐다. 우리나라 미라들은 문중에서 관리해 오던 무덤을 이장하던 중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데 족보나 비문을 통해 연대를 알아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나주 미라'도 족보에 1544년에 출생해 1587년 43세 사망한 완산 이씨 여성으로 류씨 가문 출신의 21대 며느리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 중중 때의 사람이다.

 

'나주 미라'는 발견 당시 머리카락, 피부 상태가 좋아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연구해 보겠다고 나서자 후손이 허락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의 임신부 미라인 '파평윤씨 모자 미라'나 '나주 미라'처럼 누구인지 확실하거나 더러는 누구인지는 몰라도 집안 등 연고가 분명한 미라가 많은데 요즘 미라가 발견되면 발견자나 후손들이 연구자료로 기증해주는 경우가 많아 미라에 대한 연구가 더 활발해지고 있다고 한다. 물론  '봉미라''흑미라'같이 후손이 없이 도로공사나 택지정리 중 우연히 발굴된 무명의 미라들도 있다.

 

미라를 연구하는 학문은 '고병리학'이다. 고병리학자들은  미라를 수백·수천년 전 정보를 담은 ‘타임캡슐’로 생각한다. 미라를 연구하면 수백, 수천 년 전의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파평윤씨 모자미라'에서 나온 화려한 복식은 당시 사대부 여인의 의생활 연구에 큰 도움이 됐다. 계룡산에서 발견된 '학봉장군 미라'는 많은 수의 간디스토마 충란이 발견돼 조선시대 초기에 민물고기를 날로 먹었음을 알 수 있게 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라로 알프스에서 발견된 '아이스맨 외치'라는 미라가 있다. 5300년 전 청동기 시절 사람인데 아직도 보관돼 있다. 다양한 검사 결과, 그는 여러명과 싸우다 화살을 맞고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것은 당시 화살을 이용한 전투방식이 자주 사용됐다는 역사적 증거가 되는 셈이다.

미라의 보고는 남아메리카다. 세계에서 제일 건조한 아타카마사막이 있기 때문에 인체가 잘 건조돼 미라가 잘 생길 수 있다. 북유럽이나 스코틀랜드 및 북아일랜드에서는 늪이나 습지가 많은 지역적 특성으로 소위 '보그피풀'이라는 미라가 많이 발견된다. 그럼 우리나라는 기후상 미라가 생기기 힘든데 왜 심심찮게 나오는 걸까. 바로 독특한 장묘문화 때문이다. 한국이나 중국의 경우 '회곽묘'라 불리는 일종의 석관을 사용하는 문화가 있는데 산소와 차단된 환경이 제공되다 보니 시신이 썩지 않고 오래 보존되는 것이다. 또 시신의 부패를 막아주는 다른 중요한 요소로 관으로 사용한 소나무의 영향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나주 미라'도 회곽묘 안에서 400년이 훨씬 넘는 세월 그 모습을 간직하고 누워 있었던 것이다.

 

'나주 미라'의 후손들이 "꿈에 조상을 뜻하는 암소가 자주 보였다. 아무래도 12대조 할머니를 자연 상태로 되돌리는 게 이치일 듯싶다"며 병원 측에 미라를 돌려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후손들은 다시 장례 절차를 거쳐 매장할 계획이다. '나주 미라'는 423년 전의 비밀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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