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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영국과 까마귀, 까마귀와 골프공

hherald 2010.07.17 18:06 조회 수 : 5294

영국 북아일랜드의 어느 골프장에 까마귀가 공을 훔쳐가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자주 발생해 골프 회원들이 짜증을 낸다는 기사가 났다. 분명히 그린에 올렸는데 가보면 공이 없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억울하게 벌타를 먹곤 했는데 처음에는 그 이유를 몰랐지만 나중에 골프장에 사는 까마귀가 공을 집어가는 장면이 자주 목격되었다고 한다. 원래 까마귀는 조약돌과 동전 같은 반짝이는 것을 잘 집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골프장에서 열린 여자 선수권 대회에서 같은 라운드에 까마귀가 2차례 공을 가져가 경기에 패한 경우도 있어 까마귀가 공을 물고 가는 것을 애교로 봐줄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그래서 까마귀가 공을 까마귀알로 착각한 것이 아닐까 해서 이 골프장에서는 흰 공이 아닌 노란색 공을 사용하자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골프장에는 해저드, 벙커, 러프 같은 장해물이 있는데 이곳은 까마귀라는 또 하나의 해저드가 있는 것이다.

 

 

까마귀는 영국에서 보호를 받는 동물이라 골프장에서 포획할 수 없다. 까마귀는 영국에서 대우받는 새다. 아서왕이 마법에 걸렸을 때 큰 까마귀로 모습이 바뀌었다는 전설이 있어 까마귀를 다치게 하면 아서왕이나 영국 왕실에 대한 반역을 저지르는 것으로 생각했다. '런던탑에서 까마귀 울음 소리가 사라지면 영국이 망한다' 속설이 있어 지금도 날개를 잘라 런던탑 밖으로 날아가지 못하게 하고 기르는 까마귀가 런던탑에 있다.

영국에서 흰 까마귀는 길조라고 더 대우를 받는다. 지난해 영국에서 정상적인 까마귀와 한 쌍을 이루어서 아주 사이좋게 지내는 흰 까마귀가 목격됐다. 알비노현상으로 부리에서 발끝까지 전신이 하얗게 변한 이 까마귀가 발견되자 영국인들은 좋은 일이 있을 거라며 기뻐했고 흰 까마귀 사진이 곳곳에 올랐다.

 

 

반포지효'라고 우리는 까마귀를 효성이 지극한 새로 생각하는데 서양에서는 영리한 새로 생각한다. 얼마 전 영국의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까마귀의 지능과 관련해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시험관에 물을 담고 수면에 벌레를 띄웠을 경우 까마귀의 문제 해결 능력을 본 실험이었는데, 실험 결과, 참여한 까마귀는 '이솝 우화'에서처럼 돌을 집어넣어 수위를 높여 벌레를 먹었다고 한다. 까마귀가 스스로 깨기 힘든 호두를 도로나 철로 위에 올려놓은 뒤 차량이 지난 후 깨진 호두를 찾아 먹는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얘기다. 까마귀 종류 중 일부는 먹이를 구하기 위해 도구를 만들거나 변형하는 등 지능적인 행동들이 많이 보고되고 있어 까마귀 종류 대부분은 지능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골프공을 물고 가는 까마귀는 뭐야? '까마귀 알 물어다 감추듯 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까마귀가 건망증이 심하다고 잘못 생각한 데서 유래된 것인데 계란이나 비둘기알을 물고가 감춰 놓고는 어디에 뒀는지 모르는 것처럼 잘 잊어버리는 사람을 비웃는 말이다. 골프장에서 공을 집어가는 까마귀 얘기를 들으니 속담이 틀린 말이 아니란 생각도 든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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