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한 번 쓴 적이 있는데 한인회 정관 1장 3조를 보면 '본회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라고 되어 있다. 한인회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려 노력하겠지만 작금의 선거를 둘러싼 행태를 보면 한인회장은 본전 생각에 절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을 수 없을듯하다.
한인회장이 되면 자기 경험을 토대로 더욱 많은 이에게 기회를 주려고 선거 공탁금을 내리거나, 한인회비 납부와 선거권을 연계하는 폐단을 없앨 방편을 구상하는 것이 상식 아닐까. 그런데 이런 상식과는 반대로 아예 공탁금을 두 배(5,000파운드에서 10,000파운드)로 올리고 선거권 역시 30파운드를 60파운드로 두 배 올린 사례를 보면 본전 생각을 넘어 남는 장사를 드러내고 하는 느낌이다. 그래 놓고 정관대로 했다고 하면 그만이다. 그런 걸레같이 덕지덕지 급조한 정관을 '법대로' 따라야 하는 슬픈 선거가 진행되고 있다. 삼류 선거다.
그런데 이번에는 더했다. 매표 소문이 가득한 선거. 아니 소문이 아니라 아예 '이름 좀 쓸게요'라고 하고서 매표 당사자가 됐다는 이들이 수두룩하게 '저도요'하고 손들고 나오는 판국에, 이런 선거를 왜 하는지 회의가 드는 한인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처럼 돈 많이 쓴 한인회장이 나오면 또 본전 생각에 정관을 뒤적이고 공탁금이든 선거권이든 아니면 다른 눈먼 돈이든 뽑아낼 궁리를 할 것이다.
한인회장 자리가 어떤 식으로든 꼭 필요한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이처럼 매표를 해서 회장이 되는 것이 영국 한인사회에 계속 묵인되고 통용된다면 우리의 한인회는 미래가 없다, 아니 그런 한인회는 없는 게 낫다.
선거 때문에 한인들이 갈라서고 싸운다. 그래서라도 회장만 되면 모두 해결된다는 사고, 언제부터인가 그래도 된다는 도덕 불감증이 만연하다. 코로나보다 더 나쁜 이 전염병을 퍼뜨리는 어른들은 나쁘다. 스스로 나쁜지 자각을 못하니 더 문제다. '이름 좀 쓸게요'... 삼류 어른들이 너무 많다.
알려드립니다. 자기 주머니에서 한 번도 한인회비를 내본 적이 없는 사람, 부정 선거로 회장이 된 이는 이런 사람들 철저히 무시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회비를 내지 않았는데 선거인 명부에 이름이 올라간 이들. 역시 회장 되고 난 뒤에는 무시합니다. 참으세요. 추악한 부정에 손 담그지 말고 투표를 포기하세요. 특히 부정선거를 꾀하는 매표꾼들이 아들딸 이름까지 훔쳐 갔다면 제발 그 젊은이들은 이런 나쁜 어른들의 진흙탕 싸움에 끼지 않게 하세요. 우리 아이들을 삼류로 만들 수는 없잖아요.
매표로 회장이 될 수 있다는 이들을 우리가 막고 가르칠 수 없다면 우리도 함께 삼류가 됩니다. 우리, 그 정도는 아니잖아요.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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