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정기총회가 열리기 이틀 전 9일 밤, 한 통의 메일이 긴박하게 한인사회에 퍼졌다. 서병일 한인회장의 명의로 보낸 메일은 11일 토요일로 예정된 정기총회를 연기한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엔 명백한 사유 두 가지가 있었다. 메일에서 밝힌 사유는 <1. 2009-2010년도 재영한인 총연합회 운영에 따른 감사를 실시하지 않았고>,<2. 2011-2012 재영한인 총연합회 회장 선거와 관련하여 부정선거 진상조사위의 협조공문을 접수한바> 한인총연합회 정기총회를 연기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다음 날인 10일, 또 한 통의 메일이 긴박하게 한인사회에 퍼졌다. 제목이 <총회 연기정정관련>이었다. 내용은 이렇다. <어제 송부된 '정기총회 연기 발송문'(12월 9일 오후 8시 50분경 발송)은 착오에 의한 것으로 모든 효력이 없으며, 이미 신문에 공지된 바와 같이 정기총회는 예정대로 변경 없이 진행됨을 알려 드립니다. 불편과 혼돈을 드려 죄송합니다>.
그렇다. 당연히 불편하고 혼돈스럽다. 갑자기 정기총회를 안 한다고 했다가 하루도 못 돼 다시 한다고 하는 갈팡질팡에 한인들은 불편하고 혼돈스럽다. 아니, 총회가 무슨 소꿉놀이 약속도 아니고 이번처럼 조령모개(朝令暮改)로 바뀔 수 있는 하찮은 것인 줄 처음 알았다는 표현이 옳겠다.
연기된 사유는 이해한다. 감사를 하지 않았고, 부정선거 진상조사위의 협조공문을 접수했다는 것. 그래서 회장 직권으로 연기했다는 것,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하루도 못 돼 이것이 착오에 의한 것이었다니. 그래서 아무런 효력이 없는 것이라고. 연기한다고 결정했을 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면 다시 개최한다고 번복할 때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텐데 그것이 없으니 <불편과 혼돈>을 너머 의심이 간다.
총회를 여느니 마느니 했던 그 시각, 서병일 한인회장의 자택에는 많은 이들이 들락거렸다. 총회장에서 배포된 유인물을 보면 총회연기를 두고 온갖 폭로전의 협박과 회유와 야합이 있었다는 설이 난무하고 있다. 야합의 오명을 벗지 못하면 설이 설로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기총회 연기의 이유가 된 감사부재와 부정선거 진상위원회의 협조공문이 단순히 <착오에 의한 것>이었다면 연기한다고 했던 것을 <모든 효력이 없>는 것으로 왜 그리 긴박하게 밀실의 협상으로 만들어야 했을까라는 한인들의 저항 섞인 의구심이 꼬리를 물 것이다.
무덤에 갈 때까지 비밀을 지키자고 한 어떤 밀실의 야합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심을 사지 않으려면 무덤에 갈 때까지 얼굴 맞대고 살아야 할 대다수 한인들에게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야 한다. 공정선거였다고 목에 핏줄을 세우고, 화합과 화목을 입에 달고 다니는 만큼 밀실의 야합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구심에도 당당하게 밝히고 나서야 하지 않나.
영국의 한인사회는 750명 넘는 한인이 자발적(?)으로 한인회비를 내는 세계 유례없는 참여와 관심이 높은 한인사회다. 그래서 알고 싶고 알권리가 있다. 정기총회를 둘러싸고 그렇게 바쁘게 돌아갔던 그 시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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