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의 망언이 속속 드러난다. 그는 지난 3월 강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은 차명계좌 발견 때문>이며 <권양숙 여사가 민주당에게 이야기를 해 특검을 못하게 했다>고 근거 없는 사실을 퍼트렸다. 그는 <오래 전 일이라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강연 동영상이 공개되자 <집회와 시위가 많아지는 4, 5월을 앞두고 경찰부대가 위축되지 않고 법 집행을 하라는 차원에서 한 얘기>라고 했다.
이게 해명이 되는가. 현 정부의 코드로 보면 해명이 될까.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의 표현처럼 '이명박 정부와 그 권력층에 있는 사람들이 아주 저열한 방식으로 지난 정권을 끊임없이 매도'하는 방식에 딱 맞는 것이다. 민생은 뒷전이고 5년 내내 노무현 흠집 내기에 매달리는 현 정부의 코드. <경찰부대가 위축되지 않고 법 집행을 하라는 차원에서 한 얘기>라면 있지도 않은 허위사실을 만들어서라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파렴치범으로 만들고, 젊은 전경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적개심을 가지도록 만들려는 현 정부의 코드. 조국 교수의 표현을 하나 더 빌리면 경찰청장 내정자는 <건달에도 미치지 못하는 양아치 수준>이다.
조 내정자는 자식을 잃은 천안함 유족들의 오열을 <소.돼지처럼 울부짖는 격한 반응>으로 비유하면서 <격이 높게 슬퍼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더 구체적으로 KBS 9시 뉴스가 보도한 동영상을 보면 천안함 유족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도한 언론에 대해 언급하면서 <○○처럼 울부짖고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저는 언론에서 보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묵음 처리된 '○○'는 소.돼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국민들도 선진국 국민이 되려면 슬픔을 승화시킬 줄 아는..격이 높게 슬퍼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어떤가. 현 정부의 '선진국' 코드와 딱 맞지 않나. 천안함 유족들의 슬픔을 동물에 비유하는 시각과 ‘선진국형’으로 슬픔을 표현하라는 ‘선진국병’에 빠진 현 정부의 선진국 코드. <슬픔을 승화시키고 격이 높게 슬퍼한>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는 2008년 경찰청 경비국장 시절 모친상 부조금으로 1억 7천 4백만 원을 거뒀고 이를 '펀드'에 넣어 재산 형성의 방편으로 썼다. 일반 서민 상식에서 보면 고위 공직자의 처신으로는 많이 위배된 것인데 법적으로 문제는 없으니 진짜 선진국형이다.
조 내정자의 망언은 또 있다. 부산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2008년 <경찰에서 고위직 승진을 원하면 이재오·이상득 의원을 통해야 가능할 것이다. 이들에게 줄 대는 사람이 많을 테니 1~2순위로 대지 않으면 그마저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왕의 남자 이재오와 형님 정권 이상득, 이 얼마나 코드가 잘 맞는가.
현 정부의 고관대작이 되기 위한 '3대 필수과목'을 위장전입과 병역기피, 부동산 투기라고들 한다. 이는 대통령이 앞장서 실천했다. 현 정부와 코드가 너무 잘맞는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는 위장전입을 한 바 있다고 떳떳하게 시인했다. 조현오의 '망언'이 바로 현 정부의 '코드'임을 보여주는 종지부를 찍었다.
아니나 다를까. 청와대는 <발언으로 인한 논란은 본인이 직접 청문회를 통해 해명하고 풀어나가야 하는 문제이며, 이같은 논란으로 인해 후보자 지명까지 철회할 의지가 없다>고 했다. 역시나, 아니나 다를까. '영포-고대라인'의 이만한 코드인사를 그까짓 국민 정서 때문에 철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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