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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영국의 한인 이민사가 필요하다

hherald 2010.08.02 15:52 조회 수 : 2256


영국에서 해마다 8월 15일을 전후해 열리는 한인축제는 한인들의 손으로 마련된 잔치로서는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다. 굳이 한국에서 공연팀을 불러오지 않았던 시절부터 한국의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많이 준비해 현지인들의 눈길을 끌고 한국의 맛을 알리던 잔치였다. 해가 갈수록 그 규모가 커지고 내용이 알차져 영국에 사는 한인은 물론 킹스톤을 비롯, 이 일대에 사는 다른 민족들에게도 매우 흥미로운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한국전에 참전했던 영국의 노병들이 매년 이 축제에 초청되고, 그들도 기꺼이 참가하는 것이 특색이다. 그런데 세월이 갈수록 참가하는 노병이 줄고 있다. 처음 행사를 시작한 10여 년 전부터 해가 갈수록 미망인이 대신 참석하는 경우가 늘다가 이제는 미망인마저 세상을 떠 자녀가 초청장을 들고 오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주최 측이 설명했다. 이 단상에서 얘기하고 자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지인 한 분이 이런 말을 했다. 누군가가 해외 한인들의 이민사를 연구하면서 느낀 점이 다른 나라의 이민사는 대충 자료가 나오는데 영국은 이민사로 쓸 기록이나 자료가 거의 없는 상태라고 했다. 글쎄. 이민사가 없는 외국 한인사회가 어디 있을까. 누가 어떻게 이곳에 와서, 어떤 세월의 굴곡을 거쳐, 그나마 하나의 사회를 구성해, 한인사회가 지금 이렇게 형성됐다는 이민사가 어느 나라의 한인사회에도 당연히 있다. 그런데 영국에는 그것이 없다는 말이 그런 기록이나 자료가 남아 있지 않다는 말인지, 있는데 취합하기가 어렵다는 말인지, 아니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자료가 되어 있다는 말인지, 아무도 그런 일을 한 적이 없어 이제라도 필요하다는 말인지. 한 다리 건너 그 말을 들었기 때문에 속 뜻을 알 순 없지만 이만한 한인사회에 체계적으로 정리된 이민사가 없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지금 만들어도 사실 늦은 감이 있다.

 

앞서 말한 한국전 참전 노병과 한인들의 연례적 만남은 공식적인 한인축제가 시작된 것보다 10여 년 전에 벌써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30년쯤 된 얘기다. 당시 그 만남을 주선했던 분이나 처음 모임에 참석했던 한영 양국의 인사들이 얼마나 생존해 있을까. 그런 일도 한인들의 영국 이민사를 쓰면 중요한 한 장을 장식할 내용인데 지금이라도 그분들의 구술을 받지 않으면 영영 사라질 이민사가 되지 않을까.

 

지구 상에는 어떤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그 마지막 사람이 죽으면 영원히 지구 상에서 사라질 운명에 있는 언어가 여럿 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영국에 살았던 한인의 역사 중 처음 일부는 그분들이 세상을 뜨면 추측으로 기록해야 할 이민사가 될 것이다. 어쩌면 인물과 함께 이미 사라져 기록으로 남길 수 없는 재영한인의 역사가 수두룩할지도 모른다.

 

기록이 있다면 모으고, 없는 부분은 당사자의 증언을 통해 재영한인의 이민사를 한 번쯤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좋았든 싫었든 그것이 역사이기 때문이다. 역사가 중요한 것이야 모두가 알고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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