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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오십보백보를 보여준 강용석의 잘못

hherald 2010.07.26 16:16 조회 수 : 2196

오십보백보를 보여준 강용석의 잘못

 

 

한나라당 국회의원 강용석. 여당의 국회의원인 그가 여대생들과 술 한잔하면서 한 말이 이처럼 무시무시하게 돌아올지 몰랐을 것이다. 최연희 의원의 경우를 봐도 여기자를 성추행해도 흐지부지 끝내던 한나라당 아니던가. 굉장히 재미없는 말로 결론이 났지만, 강용석은 그 자리에서 분명히 재미있을 것으로 판단했던 말을 했을 뿐인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강용석은 성희롱 발언 관련 보도가 나오자마자 한나라당에서 제명 처분됐다. 대통령과 영부인까지 거론했기 때문에? 박근혜나 나경원 같은 거물급 여성을 거론했기 때문에? 시끄러운 언론계 아나운서들을 들쑤셔서? 왜 전력이 있는 정몽준 , 최연희, 주성영, 박계동 등과는 달리 이렇게 발 빠르게 처리됐을까. 그들이 보면 고작 그 까짓 일로.

 

술자리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고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제명 처분을 받는 데 걸린 시간은 채 12시간을 넘지 않았다. 한나라당이 그토록 도덕적 정당으로 변했나. 아니면 재보선을 살리려 같은 국회의원의 저급한 성 의식에는 오십보백보에 불과한 강용석을 희생양으로 한 건가. 이재오를 살리려 강용석을 죽였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강용석이 잘한 건 없다. 앞서 말한 그의 저급한 성 의식은 실로 역겹다. 술자리 성희롱 발언이 있기 전부터 상습적으로 모든 여성을 성희롱 대상으로 봐온 그의 시각은 정말 수준이 낮다. 입에 옮기기조차 거북한 낯 뜨거운 발언을 해놓고서도 그런 일이 없다거나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하는 태도는 더 용서가 안 된다. 강용석 때문에 덩달아 여성의 공분 대상이 되는 것이 억울하다.

 

그러나 수많은 전례로 보건데 강용석의 저급한 성 의식은 다른 국회의원과 견주어 오십보백보 수준일 것이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런 말을 했다면 더 큰 문제겠지만, 술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는 것도 어찌 보면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을 편하게 한 것 아닐까. 평소 성희롱을 성희롱으로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는 것을 반증하지 않나. 최연희 의원도 여기자를 성추행했다가 "음식점 주인인 줄 알았다."라고 했었다. 음식점 주인은 그래도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 아닌가.

 

그러면 국회의원의 도덕성은 왜 이렇게 늘 문제가 되는가. 그것은 저급한 성의식을 갖고 있으면서 공부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국가기관에는 정기적으로 성 평등교육을 받도록 돼있다고 한다. 그런데 국회의원은 교육을 받지 않는다. 그리고 국회의원들을 교육대상자에서 빠져 있다. 왜냐면 그 이유가 더 가관이다. 국회사무처에 물어보면 “국회의원들은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분들이기에 강제적으로 교육에 참석하라고 하지 못한다”고.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분들이 그토록 줄줄이 성희롱이나 성적 추태로 여론의 지탄을 받는지 원.

 

오십보백보. 국회의원만 아니라 모든 남자가 걸려들까 봐 억울하다. 오십보백보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성 의식도 공부해서 잘 키워야 한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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