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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오는 22일 영국, 정확히 잉글랜드에서는 두 개의 선거가 있다. 유럽의회 의원과 지방의회 의원을 뽑는 선거가 동시에 치러진다. 유럽 의회(European Parliament, EP)는 유럽 연합(EU)의 입법 기관이다. 27개 유럽 연합 회원국의 시민들이 투표한다. 임기는 5년인데 1979년부터 시민의 손으로 직접 선출한다. 이보다 우리 한인사회에 더 밀접한 선거랄 수 있는 것이 지방의회 선거다. 지방의회 의원을 뽑는 이 선거는 한인타운을 중심으로 설명하자면 킹스톤 시의원 선거를 말한다. 런던 시장과 런던 의회 의원을 뽑는 것은 2016년에 있다. 두 선거를 우리나라에 비유하면 런던 의회 의원은 광역의원, 킹스톤 시의원은 기초단체 의원인 구의원이라고 할까. 두 의원 모두 임기는 4년이다.

런던 시장은 직접 선거로 뽑는다. 보리스 존슨과 켄 리빙스턴의 치열했던 승부가 기억날 것이다. 그런데 킹스톤 시장은 이번 22일 선거에서 뽑지 않는다. 카운슬러(Councillor)라고 불리는 의원만 선출한다. 그럼 시장은? 카운슬러 중에서 선출된다. 다수당 출신 의원 중 한 사람이 시장이 되고 두 번째 다수당 출신 의원이 부시장을 맡는다. 임기가 4년이니까 다수당 출신 의원 중 4명은 시장을 한 번 할 수 있다. 시의회 의원이 돼야 시장이 될 수 있다. 지금 킹스톤 의회는 자유민주당(Liberal Democratic Party)이 다수당이다. 그래서 자유민주당 의원이 돌아가며 시장직을 1년씩 맡았다.

이번 킹스톤 시의회 선거에 한국인 출신 후보자가 3명이나 나왔다. 모두 자유민주당 깃발을 들고 나왔다. 나름으로 열심히 선거운동을 했는데 후보들을 돕는 한인과 탈북동포들이 예상보다 많았다고 한다. 영국인들은 그렇게 활발하게 선거 운동을 않는지 자유민주당 중앙당에서 킹스톤 한인들의 열정에 감동해 부총리인 닉 클레그 대표가 직접 방문해 후보들보다 후보를 돕는 이들을 오히려 더 격려했다는 뒷얘기를 들었다. 얼마나 열정적이었던지 지금까지 지방 선거에서 보통 6개월 걸리는 호별 방문과 선거 홍보물 배포가 한국인 후보가 있는 지역에서는 2개월이 되기 전에 끝났다고 한다.

이번 선거인에 한인 출신 후보자가 있어서만이 아니라 선거권이 있는 시민권자들은 반드시 투표하기를 권한다. 투표는 자신의 권리를 찾는 일이다. 당장 킹스톤의 관심사만 봐도 그렇다. 예를 하나 보자. 킹스톤 북부 지역은 티핀 학교들이 있는 지역이다. 알다시피 남녀 티핀 학교 모두 명문 공립학교다. 그런데 이들 학교가 처음부터 명문이었던 건 아니다. 개교했을 때 학생이 없었다고 한다. 당시 그 지역은 부촌이어서 모두 사랍 학교를 보내지 공립인 티핀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래서 학교를 개방했다. 지역에 관계없이 오고 싶은 학생은 다 오라. 먼 곳에 있는 뛰어난 학생이 하나둘 모였다. 주변 사립보다 성적이 나은 학교가 됐다. 그러자 자녀를 사립에 보내던 학부모들이 지역 공립학교로 눈을 돌렸다. 물론 경제 상황도 한몫을 했다. 어쨌든 성적이 안 돼 티핀에 못 보내도 킹스톤의 공립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싶은데 이제는 학교가 없다. 킹스톤에는 지을 땅도 없다.

왜 투표를 해야 하느냐는 여기서 나타난다. 학교를 지을 만한 부지가 하나 나왔다. 강변에 가스관이 있는 자리인데 이곳에 학교를 지을 것인지 주차장을 만들 것인지 의견이 갈린다. 보수당은 주차장을, 자유민주당은 학교를 원한다. 그것이 당론이다. 물론 장단점이 있고 어느 것이 좋고 나쁘고 가타부타할 순 없다. 그래서 자기 의견에 따라 투표를 하고 자신의 표로 그 의견에 힘을 보태는 것이 투표다. 자기 이익을 좇아 자기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투표다.

한인들의 표가 모이면 힘이 실린다. 우리 권리를 찾기는 더 쉬워진다. 5월 22일 투표권이 있는 이들, 더는 숨어있는 시민으로 살지 않기를 바란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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