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4.19 혁명 50주년이다. 4.19 혁명은 독재정권에 저항해 민주주의를 쟁취했다는 우리 민족의 가치 있는 경험이면서, 정권 퇴진만이 아니라 우리 민족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보여준 공동체적 이상을 제시한 계기였다고 평가받는다. 그런데 4.19는 여전히 미완의 혁명이라고도 불린다. 그것은 4.19 혁명의 숭고한 정신을 제대로 계승하지 못한 채 오늘은 사는 우리가 진정으로 부끄러워해야 할 꼬리표다.
4.19 혁명은 3.15 부정선거를 다시 하라는 표면적인 목표로 시작됐지만, 그 뿌리에는 <낡고 썩은 것을 몰아내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는 운동이었다고 역사학자들은 말한다. 인간을 차별하는 봉건적 인습의 낡은 것과 친일파가 득세한 자유당과 이승만 정권의 썩은 것으로부터 해방되자는 최초의 민주주의 혁명이었다. 거듭된 실정과 독재로 민심이 떠난 자유당 정권은 기득권을 놓기가 싫었다. 민주주의라는 기운이 두려웠던 기득 세력은 총, 칼, 탱크, 경찰, 깡패, 구속, 계엄령 등 모든 무기와 모든 방법을 동원해 무차별 진압, 186명이 사망하고 6,026명이 부상을 입는 피의 역사를 남겼다.
그러나 4.19 혁명은 국민의 승리로 끝났다. 경무대의 이승만은 하야해 하와이로 망명했고 리틀 경무대의 이기붕 일가족은 권총으로 자살했다. 학생이 중심이 된 4.19 혁명은 국민의 힘으로 잘못된 정권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역사의 주체는 국민임을 알려주고 보여준 혁명이었다.
그런데 4.19 숭고한 피의 수혜자가 된 1960년의 민주당은 4.19 혁명을 미완의 혁명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이승만 정권 수립 당시 권력 배분에서 밀려난 세력일 뿐 똑같은 기득권이었고 어떤 면에서는 더 보수적인 집단이어서 4.19의 숭고한 정신을 이어나갈 의지도 능력도 없었다. 더욱이 이 혼란을 틈탄 박정희의 5.16군사정변은 4.19혁명의 정신을 완전히 왜곡했다. 독재정권을 타도되고 민주주의를 앞당긴 4.19 같은 것이 군사독재정권에 달가울 리 없었다. 군사정권은 5.16을 혁명으로 만들려고 4.19를 의거로 불렀다. 그래서 4.19혁명은 그 정신을 지켜가지 못한 살아남은 자들의 잘못으로 인해 계속 미완의 혁명으로 남았다.
4.19 당시 한성여중 2학년이었던 진영숙은 어머니께 마지막 편지를 이렇게 남겼다. <시간이 없는 관계로 어머님 뵙지 못하고 떠납니다. 끝까지 부정 선거 데모로 싸우겠습니다. 지금 저와 저의 모든 친구 그리고 대한민국 모든 학생은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위하여 피를 흘립니다. 어머닌, 저를 사랑하시는 마음으로 무척 비통하게 생각하시겠지만, 온 겨레의 앞날과 민족의 해방을 위하여 기뻐해 주세요.> 그리고 그녀는 16살의 나이로 총에 맞아 사망했다.
4.19를 미완의 혁명이라고 한다. 오늘을 살면서 정신은 여전히 자유당 시대에 머무는 이들. 지금 누리는 것을 빼앗기기 싫어서 민주주의조차 신물이 난다는 이들, 그리고 영합하는 우리들의 비겁. 우리가 4.19를 아직도 미완의 혁명으로 만드는 게 아닐까.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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