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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예수의 무덤? 또 있다고?

hherald 2010.07.17 19:24 조회 수 : 3809

인도에 있는 예수의 무덤에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고 BBC가 며칠 전 보도했다. 인도에 예수의 무덤이 있다니. 예수의 무덤은 세계 곳곳에 왜 이리 많은지.

 

예수의 생애 중 복음서에 나오지 않는 12세부터 30세까지를  ‘사라진 시기(the missing years)’라고 믿는 이들이 있는데 특히 19세기 역사학자들은 불교와 기독교의 공통점을 설명하려고 이 시기에 예수가 인도에 와서 불교사상을 체득했다고 주장했었다. 실제 지금도 이 주장을 믿는 미국의 기독교 교파가 있고 이슬람 교파도 있다. 그래서 상상력의 극치인 소설 <다빈치 코드>의 폐인들과 절충주의적 기독교인, 온건한 이슬람교도들이 인도에 있는 예수의 무덤을 주로 찾는다고 한다. 덕분에 예수의 무덤인지 아닌지에 전혀 관심이 없는 주변 상인들만 기념품 장사로 재미를 보고 있다고 한다.

 

예수의 무덤이냐 아니냐로 가장 떠들썩했던 사건은 <타이타닉>과 <아바타>를 만든 제임스 캐머런 감독과 심차 야코보비치가 <예수의 매장 동굴>이라는 다큐멘터리를 1997년 발표했을 때다. 캐머런 감독은 이것이 예수의 가족 무덤이라고 주장했다. 다큐멘터리의 소재는 1980년 예루살에서 발견된 동굴 무덤인데, 당시 건설 붐으로 수많은 묘지가 발굴되던 시점이라 가족묘 발견이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지만 문제의 가족묘에 있었던 유골함에 '요셉의 아들 예수', '마리아', '예수의 아들 유다' 등의 비문이 새겨져 있었다.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한 고고학자들은 '마리아'가 막달라 마리아를 가리키고, '예수의 아들 유다'라는 문구는 예수가 아들이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캐머런 감독은  "유골함 내 시신의 DNA 검사 결과 예수와 막달레나 간 혈연관계가 전혀 없는 것으로 나와 이들이 부부 사이일 확률이 크다"고 강조했다. 엄청난 주장이었다. 한 편에서는  "무덤에서 발견된 이름들은 예수 가족의 이름과 비슷하지만 이러한 이름들은 기원전과 기원후 1세기 무렵 당시 유대인들 사이에서 가장 흔한 이름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아무리 흔한 이름이라도 가족의 이름이 이처럼 일치할 확률은 700분의 1에 불과하다"며 논란이 이어졌다.

 

인도에 이어 일본까지 온 예수가 아름다운 일본 여성과 결혼해 딸 셋을 두고 묻혔다는 무덤이 일본에도 있다. 아오모리현에 사는 예수의 후손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예수가 21살에 와서 11년간 머물다가 돌아갔는데 십자가에 못박아 죽이려 한다는 정보를 듣고 일본으로 다시 피신했으며, 유대인들은 예수와 닮은 동생을 잡아 갔다는 것이다. 외모가 일본인보다 유대인을 더 닮은 그들은 성지로 지정된 예수의 무덤에서 매년 축제를 연다. 그런데 예수의 후손이라는 그들이 불교도라는 것이 묘하다.

 

무엇보다 예수의 무덤이라는 주장이 나올 때마다 상업적 이익을 노린 마케팅이라는 비난에 부딪혔다. 그런데 지금 가장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예수의 무덤이 복잡한 역사와 종교 문제로 가톨릭을 비롯해 여섯 종파가 분할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비춰 어느 분의 표현처럼 '예수의 무덤'은 혼란스런 오늘, 갈라진 그리스도교의 현실을 상징하는 단편적인 모습이 아닐까.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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