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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2달러 지폐는 행운의 지폐

hherald 2011.09.12 17:16 조회 수 : 2741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의 초상이 그려진 미화 2달러 지폐는 행운의 지폐로 알려졌다. 지금도 지갑에 행운의 상징으로 한 장 정도 갖고 있는 이들이 많은데, 한 때 한국에서 중요한 고객에게 2달러 지폐를 선물하는 '2달러 마케팅'이 유행하기도 했다.

최근 2달러 지폐의 인기는 북한에서 최고조에 달했다고 한다. '2달러 지폐를 소지하고 있으면 재수가 좋다'는 소문이 북한 전역에 퍼지면서 북한 내 간부에게 뇌물로 2달러 지폐를 주면 상당히 좋아한다고 한다. 그래서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무역상은 2달러 지폐를 싹쓸이하고, 북한에서는 누구에게나 인기가 높아 팔면 한 장에 10달러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한다.

2달러는 큰돈이 아니고, 2달러 지폐가 통화수단으로 널리 쓰이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2달러 지폐가 행운의 지폐로 알려진 데는 몇 가지 설이 있다. 첫째, 미국 서부 개척 시대에 황금을 찾아 떠났던 탐험가들이 오랜 여정의 외로움에 지쳐 유난히 숫자 2를 좋아했던 데서 비롯됐다는 설이 있다. 물론 그보다 더 널리 알려진 얘기는 모나코 왕비 그레이스 켈리에 관한 것이다.

푸른 눈에 금발의 우아한 여배우였던 그레이스 켈리는 모나코 왕자 레이니공과 결혼해 할리우드를 떠났다. 썩 괜찮은 집안에서 자랐던 그녀는 영화배우 시절 그녀에게 반한 남자가 꽤 많았는데 '상류사회'라는 영화에 함께 출연했던 프랭크 시나트라도 그 중 하나였다. 2달러 지폐를 선물하며 끝없이 구애했는데 정작 그레이스 켈리는 레이니공이 선물한 12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고 영화를 촬영하면서 모나코의 왕비가 되겠다는 것을 암시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12캐럿짜리 다이아몬드에 2달러 지폐가 밀렸는데 사람들은 <그레이스 켈리가 영화에 같이 출연한 프랭크 시나트라로부터 지폐를 선물 받은 후 모나코 왕비가 되었기 때문에 2달러 지폐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소중한 지폐다>라고 믿게 되었다.

그레이스 켈리가 모나코 왕비가 된 것이 행운인지, 아닌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1982년 52세의 나이에 의문의 자동차 사고로 숨진 그녀의 죽음을 두고 당시 모나코의 주 수입원이던 카지노를 규제했기 때문에 마피아가 암살했다는 말도 있었고, 그녀를 둘러싼 염문이 너무 많아 왕실에서 암살했다는 말도 나돌았다. 따지도 보면 그녀의 결혼도 표면상의 신데렐라 얘기와 정략적 계산은 달랐다. 관광업과 카지노로 먹고 살던 유럽의 조그만 도시국가 모나코를 살리려 할리우드 여배우와 결혼해 세계의 이목을 끌자는 모나코 왕실의 정략에 희생된 것이고 이를 기획한 이가 선박왕 오나시스다. 이름처럼 우아한 이미지에 상처가 덧나 최근에는 죽기 직전까지도 정부를 두고 있었다는 그레이스 켈리의 추문을 다룬 책까지 나온 걸 보면 2달러 지폐의 행운이라기에는 씁쓸하다.

2달러 지폐는 '행운'보다 미국 역사의 중대한 전환기에 늘 기념으로 발행된 만큼 '의미'로 봐야 할 듯 하다. 1776년 미국을 보호하는 신뢰의 징표로, 1928년 미국독립선언을 한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의 초상을 넣어서, 1976년 미국독립 200주년을 기념해서 발행되는 등 미국역사의 중대한 전환기에 매번 발행되었다는 의미를 갖는다.

얼마 전 모조 화폐를 행운을 가져오는 돈으로 유통시키다 걸린 범죄가 있었다. 가만히 있는 돈에 억지 행운까지 조합하다보면 이런 무리가 생긴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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