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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대한민국의 건국일은 언제인가

hherald 2011.08.22 17:20 조회 수 : 4422



대한민국의 건국일은 언제인가. 어김없이 찾아오는 8.15 광복절에 돌아보는 이 논쟁이 개인적으로 제발 해묵은 얘기가 되길 바라는 심정이지만 1948년 8월 15일을 기어이 '건국절'로 만들려는 뉴라이트를 중심으로 하는 일부 인사들의 움직임이 계속돼 한편으로 진부한 글이 되겠지만, 반드시 알려야 할 사실이라 생각해 이 글을 쓴다.

건국절 논쟁은 2006년 7월 서울대 이영훈 교수가 동아일보에 '우리도 건국절을 만들자'라는 글을 기고하면서 시작됐다. 한나라당 정갑윤 의원은 2007년 9월 광복절을 건국절로 개칭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하자는 것이다. 당시에는 같은 한나라당 내에서도 말이 안 된다고 했는데, 이명박 정부는 들어서자마자 '건국 6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를 만들어 이승만의 '정부수립일'을 '건국일'로 밀어붙였다.

역사적으로 본다면 1948년 8월 15일은 38도선 남쪽에 단독정부가 들어선 날이다. 이때 제헌의회의 헌법은 <기미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에있어>라고 했다. 당시에도 삼일운동으로 건립된 상해임시정부의 법통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면 대한민국의 건국일은 삼일운동이 있었고 상해임시정부가 생긴 1919년이 맞다.

그런데 왜 이명박 정권과 뉴라이트는 굳이 1948년으로 하려는 걸까. 그것이 왜 그들에게는 그리도 중요할까. 왜 상해임시정부와 일본제국주의에 대항해 싸운 자랑스러운 시기를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제외하려는 걸까.

바로 그들의 친일 전력 때문이다. 자신의 친일행적이 불가피했다고 우선 변명하고, 적반하장으로 일본의 통치가 있었기에 지금 이런 발전이 있다는 논리를 만들려는 것이다. 일제에 저항한 역사가 거추장스러운 것이다. 일본의 식민지배가 한국 근대화에 기여했다는 친일 사관이 있어야지 자신의 과오를 도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국절 얘기를 처음 꺼낸 이영훈 교수의 멘토는 안병직이다. <위안부를 강제로 동원하지 않았다>, <독도가 일본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근거가 있다>는 식의 말을 했던 사람으로 친일학자의 거두요, 뉴라이트 핵심이다. 

건국절도 없는 나라라서 부끄럽다고 핏대를 올리는 조선일보는 <아! 천황폐하>라는 기사 제목으로 천황의 생일을 축하하고 은혜에 감동해 눈물이 난다는 내용을 신문 1면에 실었던 신문이다. 해방이, 광복이 천년 만년 안 올 줄 알았는데 해방이 돼서 기득권을 잃고 실의에 빠졌다. 그런데 이승만 정부로부터 면피를 받았으니 <아! 이승만 폐하>라는 찬양가를 1면에 싣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연도의 차이에 주목해서 보면 왜 1945년 8월 15일도 아닌 1948년인가. 1945년 8월 15일은 광복절. 일제로부터의 광복이면서 친일파로부터의 해방이었다. 친일파에게는 당연히 비극. 그러나 1948년 8월 15일은 친일파의 부활절. 친일의 행적을 면죄 받고 다시 지배층이 된 그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날이 있을까.

1948년 8월 15. 친일파가 그날에 극성인 이유가 있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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