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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코로나가 만든 유럽의 야간 통행 금지

hherald 2020.10.26 17:00 조회 수 : 7285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 유럽 각국에서 코로나 19 확산을 막으려 야간통행 금지를 시행한다. 유럽에서 야간통금을 하는 건 중세에나 있었던 일이고 지금은 치안을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때 잠시 실시하거나 일부 지역에서 청소년 보호를 위해 몇 살 이하의 어린이는 밤에 다니지 말라고 권고하는 정도다. 그런데 지금은 전 세계 늘어나는 하루 확진자 수의 40% 이상을 유럽인이 차지하니 유럽 각국에서 방역의 최후 수단이라고 할 통행 금지 카드를 고육지책으로 꺼낼 수밖에 없게 됐다. 

최근 영국 신문에서 자주 접하는 단어가 'curfew'다. 찾아보니 프랑스어로 '불을 덮어서 끈다'는 뜻인 'couvre-feu'가 어원이다.  '유럽 중세 때 소등을 명하는 종소리'라고 사전에 나오는데 '통행 금지'를 뜻한다. 밤에 특별히 허락받은 사람이 아니면 돌아다니지 말라는 제도다. 공항에서 야간에 비행기의 이착륙을 금지할 때도 이 말을 쓴다. 
 
야간 통금은 중세시대 영국에서 처음 시행됐다고 전해진다. 그 시대 영국에서는 화재 예방을 위해 모든 가정에 불을 끄도록 하고 사람들이 다니지 못하게 했다. 전기가 있던 시절이 아니니 해가 지면 사람들이 정상적인 활동을 하기 힘들었기에 불을 끄고 다니지 못하게 한 것이다. 여기에는 범죄를 예방하려는 목적도 있었을 것으로 본다. 지금 유럽 전역이 코로나로 통금에 외출 제한을 해 거리에 사람이 없어 유령도시로 변했다는 표현을 하는데 송진 묻은 소나무에 불을 붙여 밝히는 관솔불로 어둠을 쫓아야 했던 중세의 밤도 그마저 야간 통금이 시행되면 지금처럼 사람 통행이 없는 유령도시의 느낌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조선시대부터 통금이 있었는데 아주 엄했다고 한다. 벼슬아치라도 사정이 있다고 허락 없이 다니다 통금을 어기면 잡혀 있다가 아침에 곤장을 맞고 풀려났다. 1920년대 일제강점기에도 야간 통금이 있었는데 당연히 군국주의의 산물로 사라져야 마땅했건만 해방이 되자 미군정도 1945년 9월 군정포고로 통금을 실시했다. 국민의 야간 생활을 통제하고 때로는 인신을 구속하는 수단으로 악용된 야간 통금은 제5공화국 전두환 정권이 국민의 반정권 불만을 재우려 시행한 인기 정책, 소위 3S 정책에 의해 철폐하기까지 37년간 이어졌다.

지금 코로나 여파로 야간 통금을 시행한 국가는 아시아, 남미, 중동 등 세계 도처에 많다. 지금 유럽 국가들도 확산하는 추세다. 밤 문화를 잃어 즐거움이야 줄겠지만. 건강과 안전은 지킬 수 있다고 야간 통금을 시행하면서 국가가 국민을 설득한다. 이탈리아 극우단체에서는 야간 통금에 반발해 화염병을 던지고 폭죽을 쏴 경찰관이 다치고 차량들이 불탔다고 한다. 나이트클럽과 같은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너무 오래 일을 못 해 불만이 쌓였다는 소리도 들린다. 원래 통금의 가장 큰 목적이 치안 유지였는데 지금은 국민의 건강을 위한 거라 하니 그나마 반발이 적다. 

코로나가 만든 유럽의 야간 통행 금지. 한국에서 통금을 경험해본 세대인 나로서는 '야간통금'이란 단어로 인해 마침 유럽의 서머타임도 끝나는 10월의 마지막 밤들이 더 어둡고 더 긴 느낌이다.

 

헤럴드 김 종백단상.JPG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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