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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르완다의 제노사이드

hherald 2019.04.08 16:44 조회 수 : 4385

르완다 학살 25주기를 맞아 각종 행사가 열렸다. 한국에서도 주한 르완다 대사와 르완다 교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행진을 하고 추모 촛불을 피웠다. 르완다는 해마다 학살이 시작된 4월 7일부터 100일간을 국가적인 추모일로 지정해 희생자를 기리고 있으며, 세계 각국의 르완다 교민들도 추모 행사를 연다.

 

 

르완다 학살은 다수족인 후투족이 소수족인 투치족을 1994년 4월 7일부터 100일간 약 80만 명 살해한 제노사이드다. 규모도 규모지만 학살의 잔혹함에 있어 나치의 홀로코스트보다 더 했다고 평가된다. 모든 도구가 살인 무기가 됐다. 라디오에서 <투치 바퀴벌레들을 죽여라.>라는 프로파간다가 반복해서 나왔다. 그래서 다정했던 후투족 이웃 청년이 살인마가 되어 한손에는 정글용 칼인 마체데를 들고 다른 손에는 라디오를 들고 핏기 서린 눈으로 투치족 이웃을 죽이려고 찾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생존자 인터뷰에 이런 내용이 있다. <친절했던 이웃집 아저씨와 학교 선생님, 목사님이 하루아침에 저를 죽이려고 달려들었어요. 저는 죽으라고 계속 달렸어요. 그들이 계속 뒤에서 제 이름을 불렀어요. 너를 꼭 죽이고 말겠다고요.>

 

 

르완다의 후투족과 투치족은 이웃이었다. 말도 통하고 하나의 민족으로 묶어도 문제가 없는 이웃 부족일 뿐이었지만 제국주의의 통치, 정확히는 벨기에의 분리주의 통치가 이들을 차별했고 분란을 부추겼다. 벨기에는 자기 편하려고 한 짓이다. 식민지를 편하게 통치하려고 두 부족을 차별하는 정책을 쓴다. 식민지 정책에는 꼭 부역하는 인간들이 나오니까 벨기에가 좋아지는 일을 앞장서서 하는 투치족 배신자도 생긴 것이다. 높은 세금, 강제 노동 등이 투치족의 이름으로 시행됐다. 벨기에 제국주의자들의 분리주의에 가난한 후투족 젊은이의 애꿎은 분노가 끓었다. 벨기에 제국주의자들을 향한 것이 아니라 이웃이었던 투치족을 향한 분노가 르완다 학살을 불렀다. 

 

 

르완다 학살 도중에 있었던 일화. 무장한 후투족 학살자들이 어느 여학교에 들이닥쳤다. 학생들을 향해 후투족은 이쪽 투치족은 저쪽 하는 식으로 나눠 모이라고 했다. 투치족 여학생들을 강간한 뒤 죽이려는 목적이었다. 여학생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후투족 젊은이들이 무시무시한 마체데로 여학생들의 팔다리를 잘랐다. 끔찍한 광경에 분명 겁에 질렸을텐데도 여학생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고 한다. <우린 모두 르완다인입니다> 제노사이드의 천인공노할 만행 속에 사람에 대한 희망을 본다면 이런 것일까. 

 

당시 투치족 반군을 이끌고 수도 키갈리에 입성해 학살을 종식한 카가메 대통령은 르완다 학살 25주기에 <어두운 역사는 절대 반복되지 않을 것이며 이는 우리의 굳건한 약속>이라는 추도사를 했다. 제노사이드의 어두운 역사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약속이 르완다만의 약속일까.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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