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인회장 선거를 두고 자고 나면 말 바뀌는 일이 하도 많아 왜 이럴까 고민하니 이런 조삼모사朝三暮四 인사들은 상대방이 지쳐 손을 털고 나가기를 기다리는가에 생각이 닿으니 한숨이 나온다. 글 쓸 맛 안 나는 날 오래된 단상 하나를 끄집어냈다. 2012년 7월의 글이다.
.... <논리로 이길 수 없다면 인신을 공격하라> 로마의 수사학자 키케로의 말이다. 2,00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오늘, 여기, 누군가에게는 유용한 모양이다.
논리로 이길 수 없다는 것은 잘못된 논리를 갖고 시작했기 때문일 수도 있으나 아예 어떤 논리조차 없었을 경우도 있다. 문제의 핵심을 모르고 있거나 엉뚱한 문제를 논거로 알고 있기 때문에 논리가 있을 수 없다. 논리가 없으니 사실이나 진실을 모른다. 사실이나 진실을 위해 논쟁을 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확산시키기 위해 논쟁한다. 그럼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이 방향을 잃고 산으로 간다. 문제의 본질은 여기 있는데 논쟁은 산으로 가버린 것이다.
산으로 가면 논리가 없는 쪽이 좋다. 피장파장이다. 자신의 빈약한 논리가 드러나지 않아서 좋다. 상대방이 아무리 고매해도 이쯤 되면 이전투구가 될 수밖에 없으니. 자신의 빈약한 논리는, 그리고 자신의 과오는 이전투구에 섞여 보는 이들에게는 똑같은 수준의 싸움이 되는 것이다. 논쟁의 원인이, 논리의 농담 濃淡이 모두 논리가 없는 쪽과 동일한 수준으로 가는 것이다.
그래서 '논리로 이길 수 없다면 인신을 공격하라'를 신봉하는 누군가가 아직도 '우리 재영 한인사회'에 있는 것이다.
쇼펜하우어가 쓴 '토론의 법칙'에도 38가지 대화 방법 중 마지막에 '상대가 너무나 우월하면 인신공격을 감행하라'는 내용이 있다. 쇼펜하우어는 인신공격을 애용하는 이유가 인신공격을 하는 데는 아무런 지적 능력이 필요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기까지가 그날 내가 쓴 글을 내가 다시 옮긴 것이다. 왠지 그날과 너무 비슷한 지금의 현실이 느껴진다. 한인회는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합니다,라고 얼마나 많이 외쳤으면서 실상은 우리끼리 하도록 제발 관심을 꺼주세요, 하는 속내를 보여봤는가. 그 속내를 감추고자 얼마나 많은 말을 미화해 바꿨으며 그 속내를 배 불리는 과정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지쳐 떠났던가. 그 세월을 사는 동안 그들이 무장한 논리의 무기는 <논리로 이길 수 없다면 인신을 공격하라>였다.
개인적인 견해로 이번 한인회장 선거를 두고 왜 정관이 문제였는지, 누가 선관위원장이 되는지가 그리 중요한 지를 잘 모르겠다. 단지 우려되는 것은 <논리로 이길 수 없다면 인신을 공격하라>가 되풀이될까 두렵다. 이번에는 <투표로 이길 수 없다면 인신을 공격하라>가 누군가의 전략이 될까, 나는 두렵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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