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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선생님들 '홧팅'입니다

hherald 2019.05.13 17:04 조회 수 : 3068

 

80년대 초에 영국 한인학교 교장을 역임하신 분과 함께 영국의 봄 오후 햇살을 즐기던 중 당시 학교 분위기를 물어보았다. 영국 정부에서 학교를 무상으로 사용하게 허락하고 아이들은 한국 대기업들에서 협찬한 3대의 스쿨버스를 타고 런던 각 지역에서 등교하고 스쿨버스에는 대사관이나 대기업 직원이 동승해 아이들 안전지킴이를 했다고 한다. 교장은 급여가 없었지만, 교사는 약간의 수고비가 나왔는데 무엇보다 학부모나 학생이 교사를 좋아하고 믿고 따라주니 말 그대로 '선생 할 맛 나는 시절'이었다고 회상했다. 그 시절만큼은 아니라 해도 외국에 있는 한글학교라는 특수성으로 볼 때 교사는 필요하고 귀하며 아껴야 할 대상으로 느껴진다. 얘기하기 좋게도 마침 '스승의 날'이 온다.

 

우리나라에는 스승의 날이 있는데 영국에는 없다. 유네스코에서 정한 세계 교사의 날(10월 5일)이 있지만, 영국에서 이를 특별히 기념하지 않는다. 우리는 1958년부터 시작됐다. 충남 강경여중고 학생들(특히 어린 여중생이 시초였다)이 아픈 선생님 병문안하고 퇴직 선생님 찾아보기를 하던 기특한 사연이 알려져 1963년 충남도에서 5월 24일을 '은사의 날'로 제정했다. 다음해 5월 26일 ‘스승의 날’로 명칭을 변경하고 1965년에는 세종대왕의 탄생일인 5월 15일로 했다. 임금이 웬 스승? 하겠지만 '겨레의 가장 큰 스승'이라는 의미에서 정했다고 한다. 5월 15일이 교육의 상징적 날짜가 되어서인지 이날이 개교기념일인 대학이 10곳이나 된다. 다른 나라에서도 교육자를 기려 스승의 날을 정한 경우가 많은데 대만과 중국의 스승의 날은 공자 탄생일인 9월 28일이다.

 

그리고 '스승의 은혜'라는 스승의 날 노래도 나왔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지네 /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 아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 아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노래는 알지만 부를 자신은 없는 노래, 워낙 어렵다.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의 강소천이 쓰고 '꽃밭에서'의 권길상이 작곡했다는데 왜 이리 어려운지. 이 노래 처음 배울 때 노랫말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부르라고 하던데 그럴 여유가 전혀 없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데 이젠 이 노래를 부를 기회도 들을 기회도 이제는 점점 적어진다. '스승의 날'을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크다. "교육현장에 스승은 없어진 지 오래"라는 안타까운 탄식이다. 그래서 "스승의 날이면 뭔가를 바라는 교사처럼 보이는 사회 분위기가 불편하고 불쾌하다"는 교사로 보이는 이의 청원글은 참 씁쓸하다. 그래서 교육의 3주체는 교사, 학생, 학부모이니 이를 '교육의 날'로 바꿔 모두가 교육의 의미를 되새겨 보자고 청원한다.

 

복잡할 게 있을까. 재단하듯 평가하지 않으면 될듯한데. '스승의 날'은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는 날이면 되지 않을까. '스승'을 특정 직업의 사람만을 한정하는 말로 볼 건 아니니까. 앞서 봤듯이 세종대왕도 스승이라는데. 굳이 육십 년 전 어린 여자중학생의 갸륵한 심성조차 못 살린다면 우리 교육 현실이 너무 삭막하지 않을까. 

 

그나저나 영국의 한글학교 선생님들 '홧팅'입니다.

 

헤럴드 김 종백단상.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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