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총리의 국기 모독 사건 경위는 이렇다.
지난달 23일 한명숙 전 총리가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2주기 추모행사에 참석했다. 행사장 분향소의 바닥에는 대형 태극기가 깔려 있었다. 추모비는 태극기 가운데 있었다. 한 전 총리는 추모비에 헌화하려고 신발을 벗었다. 그리고 태극기를 밟고 가 가운데 있는 추모비에 헌화했다. 이 내용을 <조갑제 닷컴>에서 처음 문제 삼았다. 태극기를 밟아 국기를 모독했다는 것이다. 보수 언론 몇 군데 <조선>, <동아>, <뉴데일리>, <데일리NK> 등에서 이를 부풀려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러자 민주화보상법개정추진본부, 종북좌익척결단 등 보수단체가 한 전 총리를 국기 모독 혐의(형법의 국기·국장의 모독죄 위반)로 31일 고발했다. 고발장이 접수되자 검찰은 이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불과 이틀만이었다. 검찰은 정말 발 빠르게 움직였다.
우리나라 형법 제105조에 <국기, 국장의 모독 -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 또는 국장을 손상, 제거 또는 오욕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걸 찾은 한나라당은 논평을 통해 “국기모독 행위는 형법상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중죄이며, 대한민국의 최고 공직을 지내신 분으로서 어떤 상황에서도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며 한 전 총리를 비난했다.
한 전 총리를 태극기를 밟은 빨갱이라고 비난하는 고발 단체, 그런 고발을 접수한 검찰이 수사 계획까지 언론에 대대적으로 발표하고, 한나라당 대변인이 공식적으로 논평을 낸 이 부분에서 이 사건이 결국 웃기지도 않는 코미디라는 것이 드러난다.
국기를 모독했다면 모독할 목적이 있어야지 죄가 성립된다. 신발을 벗고 추모비에 헌화한 행동을 보면 국기를 모독할 의지가 없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된다.
잘 알려진 이명박 대통령의 실수담과 비교하면 알 수 있다. 베이징올림픽 여자핸드볼 예선전에서 열심히 응원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사진을 보면 태극기를 거꾸로 들고 있다. 그 많은 응원단 중 대통령의 태극기만 거꾸로 들려 있다. 아마도 태극기가 거꾸로 되었다는 것을 이 대통령은 몰랐을 것이다. 국기를 거꾸로 달면 이는 긴급구조신호다. 올림픽에 가서 전 세계인에게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긴급상황을 알렸다는 말인가. 누구도 이 대통령이 국기를 모독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신발을 벗고 예를 표했든 말든 한 전 총리가 국기를 모독했다고 판단해 처벌한다면 국기를 거꾸로 들었고, 때로는 묘지의 상석을 밟기도 한 이 대통령도 국기와 고인을 모독한 죄를 범한 것은 마찬가지다.
만약 검찰의 법 적용이 이처럼 이현령비현령이라면 검찰 아니면 대한민국의 법중 어느 한 쪽이 너무 안타깝다.
헤럴드 김종백 haninheral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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