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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축구 승부 조작, 이미 알고도 모른 척?

hherald 2011.06.06 18:12 조회 수 : 1802




로마의 네로 황제는 4두 전차, 10두 전차 등 각종 경기에서 1808번을 우승했다고 전해진다. 개인 사정으로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으니까 올림픽을 아예 2년 연기했던 그가 정당한 방법으로 1808번을 우승했을까. 믿을 사람이 없다. 실제로 그는 전차경기에서 전차가 뒤집혀 결승점에 오지 못하고도 우승한 바 있다. 그의 우승은 지위를 이용한 추악한 승부조작의 결과였을 것이다.

스포츠 승부조작의 역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승부조작으로 유독 축구계가 홍역을 앓고 있다. 한국 프로리그에서는 젊은 두 명의 선수가 자살했고 연루된 선수가 줄줄이 밝혀지고 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에서는 득점왕을 3회 차지한 전설적인 공격수까지 승부조작에 연루됐다. 이탈리아는 2006년에도 승부 조작사건으로 이미 홍역을 치른 전력이 있다. 다시 불거진 것이다. 독일과 브라질의 자국 리그에서도 이 문제가 있었다. 승부 조작의 대가로 경기당 최대 80~100억 원 가량의 돈이 오간다는 중국 축구계의 복마전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그런데 축구의 승부조작이 자국 리그에 그치지 않고 국제 경기인 A매치까지 번졌다는 의심을 받아 문제는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문제의 경기는 지난 2일 열렸던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의 평가전. 2진급 선수들로만 팀을 구성한 아르헨티나는 나이지리아에 1-4로 완패했다. 그런데 독특한 도박 베팅이 발견돼 이 베팅과 승부가 연관이 있을 거란 의혹을 샀다. 승패가 아니라 양 팀을 통틀어 5골이 나온다는 것에 거액의 베팅이 있었고, 경기 결과 5골이 나왔다. 2번의 페널티킥이 선언됐는데 2번째 페널티킥은 경기가 끝나기 직전에 나왔다. 0-4로 지고 있던 아르헨티나가 예시된 추가 시간 5분을 넘어 거의 8분에 얻었고 결국 경기를 1-4로 경기를 마쳤다. 추가 시간이 5분만 주어졌음에도 8분 이상 경기를 진행시켰고, 경기 종료 직전 공이 나이지리아 선수의 손에 맞았다고 판단해 아르헨티나에 페널티킥을 선언한 주심이 승부 조작의 용의자가 됐다. 슬로비디오 판독 결과 공은 나이지리아 수비수의 손이 아닌 다리에 맞은 것으로 판명됐다. 미심쩍은 판정을 한 주심과 굳이 2진급의 선수를 내보내 대패한 아르헨티나 감독은 경기의 승패에 베팅하는 통상적인 도박이 아니라 경기에 몇 골이 나온다는 기이한 베팅을 한 어느 검은 세력과의 커넥션을 의심받고 있다.

축구 선진국이라는 독일과 이탈리아는 비슷한 시기인 2005년과 2006년 승부조작 파문이 있었다. 독일축구협회는 승부조작문제를 공론화하며 정부와 함께 해결방안을 마련했고 2006년 독일월드컵을 훌륭히 치러냈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협회차원의 이렇다 할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문제가 커져 나가지 못하게 감추기에 급급했다. 그 결과 2011년 똑같은 승부조작 사태가 벌어졌다.

한국에서는 1998년 차범근 감독이 <국내 프로리그에도 감독 모르게 선수들끼리 승부를 조작하는 일이 있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그런데 협회는 이를 조사하거나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오히려 차범근 감독을 '5년 자격정지'로 처벌했다. 제왕처럼 군림한 정몽준 축구협회장의 심기를 건드린 죄였다. 어디나 윗사람 하나 잘못 앉히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게 틀린 말이 아니다.


헤럴드 김종백 haninheral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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