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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신호등이 남녀차별 한다구?

hherald 2011.05.02 18:21 조회 수 : 2167



웃기는 일이 있었다. 서울시가 신호등의 그림이 남녀차별을 한다고 바꾸자는 발상을 했다. 보행 신호등 화면에 남성 모습만 있는 것은 남녀차별이니까 여성의 모습이 담긴 그림으로 교체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신호등 화면에 각각 바지와 치마를 입은 두 사람이 멈춰서거나 걷는 모습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다행스럽게도 별 웃기는 발상이라는 질책이 쏟아져 없던 일이 됐지만 만약 서울시의 이런 보여주기식 탁상행정이 실시됐다면 혈세 200억 원이 넘게 날아갔을 것이다.

일부 여성단체에서 신호등이 남녀차별이라는 주장이 있었다는데 네티즌과 시민들의 반응을 보면 그런 생각을 해본 여성은 극히 적었다. 오히려 비뀔 그림 속 모습이 ‘남자=바지, 여자=치마’라는 전근대적 인식을 보여 그 점이 오히려 더 남녀차별적이라는 지적이다.

표지판에 그려진 그림, 즉 픽토그램이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긴 했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를 데리고 가는 성인은 치마를 입은 여성의 모습이다. 이런 논란 때문에 새로 도입된 노인 보호구역 표지판은 남녀 노인이 함께 서 있는 모습이 채택됐다.

그런데 이번 서울시의 뜬금없는 발상에 동의하는 시민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막대한 예산을 뜬금없는 발상에 쓰려고 한 무모함을 질타하고 있다. 그래서 재미있는 패러디가 줄을 잇는다. 젊은이만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이 아니다. 노인의 모습도 넣자. 왜 어린이는 없냐. 장애인도 횡단보도를 이용한다. 그러면 횡단보도는 인간만 건너는 것이냐. 그래서 장애인, 노인, 강아지, 아이의 모습이 삽입된 신호등이 그려진다. 신호등만이 아니다. 비상구도 남자만 탈출하는 곳이 아니다. 비슷한 유형의 패러디물이 서울시의 어처구니 없는 제안을 풍자한다.

더 재미았는 것은 소설가 이외수 씨의 트위터에 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남녀평등 신호등을 만들고 나면 서울 광화문에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 옆에 장군 부인 동상도 세워야 진정한 남녀평등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나올 것"이라고 글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신호등 픽토그램에 두 사람을 표시한 곳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통일성이 가장 중요한 교통 표지판을 서울시만 다르게 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서울시는 이런 일을 하려고 했다.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런 발상을 했다. 보여주기식 탁상행정으로 이런 발상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상급식을 포퓰리즘이라고 했다. 돈이 없어서 무상급식을 못한다고 했다. 신호등 그림 바꾸는데 200억 원을 쓰겠다는 발상은 누가 냈거나 낼 돈을 염두에 뒀으며, 과연 무엇이 포퓰리즘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헤럴드 김종백 haninheral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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