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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금지된 사랑에 빛바랜 혁명

hherald 2011.03.14 17:34 조회 수 : 9265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소녀가 머리를 잡힌 채 끌려나온다. 수많은 남성이 주위를 둘러싸고, 소녀를 발로 밟고 마구 찬다. 현장에 경찰도 있지만,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는다. 급기야 군중은 돌을 던져 소녀를 죽인다. 쿠르드족의 소수 종교 분파에 속한 17세 소녀가 다른 종교인 이슬람 수니파의 소년과 사랑에 빠졌다는 이유로 대낮에 거리에서 돌에 맞아 '명예살인'을 당하는 장면이 여과 없이 TV를 통해 나온다.

 

심심찮게 접하는 이 잔혹함을 보면서 금지된 사랑에 유독 가혹한 곳이 이슬람 국가라는 편견을 갖게 한다. 이슬람은 전쟁 시에도 매우 관대했다는데 금지된 사랑에는 왜 이리 가혹할까.

민주화의 열망을 이룬 이집트에서도 콥트교도 남성과 무슬림 여성의 금지된 사랑으로 시작된 콥트 기독교도들과 무슬림들의 충돌로 많은 이가 죽고 다쳤다. 이교도 간의 사랑이 금기시된 이집트에서 기독교인 청년과 무슬림 처녀 간의 사랑은 집안싸움으로 되었고, 양쪽 아버지가 모두 사망하는 비극을 낳았다. 자극받은 무슬림들이 콥트교회에 불을 질렀고, 콥트교도들은 도로를 점거하고 불을 붙이며 시위했다.

 

중동 지역은 무슬림이 다수지만 이슬람 시대 이전부터 있던 유대교도나 기독교도 역시 명맥을 유지하는 곳이 적지 않다. 특히 이집트는 중동에서 기독교도가 가장 많다. 인구의 10% 정도가 기독교인으로 대부분 곱트교도다. 곱트기독교는 신약성서 마르코복음을 기록한 마르코 성인에서 시작됐다. 마르코 성인은 현지 교회의 초대 주교였다. 헬레니즘 다신교도들에게 목을 끈으로 묶인 채 거리를 끌려다니다 돌팔매를 당해 순교했다.

 

곱트기독교는 예수가 신성과 인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451년 칼케돈 공의회의 결정에 따르지 않고 신성만 인정하는 독특한 믿음과 별도로 교황을 두기 때문에 기독교 세계와 고립됐다. 그러나 중동에선 가장 오래되고 큰 교회다. 무슬림에 둘러싸인 상황에서도 초기 기독교 전통을 잘 지켜왔다는 평을 듣는다. 곱트교회 달력으로 성탄절인 1월 7일은 이집트에서 2002년부터 공휴일로 지정됐다. 그만큼 법적으로는 종교의 다양성과 공존을 보장받지만 사회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이교도와의 사랑은 공존을 보장받지 못한다.

 

콥틱교인은 자신들을 고대 이집트인의 직속 후계로 여기며 스스로를 ‘이집트인’이라 부른다. 아라비아 반도로부터 들어온 무슬림들이 이집트 영역을 정복했을 때 그들은 이집트인들은 그리스어로 '곱트'라 불렀다. 무슬림이 대세인 이집트에서 원조 이집트인을 자처하는 곱트교인들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차별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다 보니 가난한 콥틱교인은 무슬림으로 개종하면 주어지는 보상금에 현혹되거나 무슬림 이성을 만나 결혼하면 개종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민주화 시위 과정에서는 경찰이 노천 예배를 보는 무슬림을 공격하려 하자 콥트교인들이 인간띠로 보호하는 아름다운 일치가 그깟 금지된 사랑때문에 빛이 바래다니. 금지된 사랑에 빛바랜 혁명이 안타깝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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