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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런던 템스강에 위용을 자랑하며 돌아가는 런던아이 주변에는 해마다 신년을 맞아 불꽃놀이가 열린다. 정확히 신년 0시 0분을 알림과 동시에 폭죽이 터지기 시작한다. 템스강에 설치한 바지선과 런던아이에서 쏟아내는 폭죽이 만드는 불꽃놀이의 밤 풍경. 약 10분 정도 이어질까. 국회의사당, 워털루 다리, 빅 벤을 배경으로 터지는 불꽃들. 직접 본 적은 없고 TV에서만 봤지만 단순한 불꽃놀이라는 구경거리를 뛰어넘는 장관이며 예술적이기까지 하다. 인파가 워낙 많아 좀 과장하면 밟혀 죽을 수도 있는데 한국의 젊은 유학생들은 반드시 봐야 할 풍경이라며 꾸역꾸역 템스강변에 초저녁부터 자리를 잡는다. 기다리는 시간이 워낙 길어 고역일 텐데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신념으로 영국의 신년 풍경을 경험하는 것이다.

 

 

런던아이가 생기기 전에는 트라팔가 광장이 신년을 맞는 이들의 환호와 열정을 담아왔다. 섣달 그믐날 트라팔가 광장에는 연인과 친구가 모여 신년을 향해가는 시계 초침을 카운트다운했다. 신년이 되는 순간, 트라팔가 광장에서 새해의 행운을 비는 키스를 서로 나눴다. 운 좋게 금발의 미녀 옆에서 새해를 맞으면 그녀에게 행운의 키스를 받을 수 있을까 서성거리다 공치고 돌아왔다는 추억담도 들었다.

 

그렇게 새해는 희망과 기대로 맞았다. 어느 해도 마찬가지였다. 영국에서 맞는 2011년 신묘년(辛卯年) 새해도 역시 희망과 기대를 담고 있다.

 

영국 어디에서 새해를 맞았든 우리는 덕담을 나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에는 하시는 모든 일이 잘되어야지요.> <새해에는 부자되세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바깥양반 사업이 잘되시길 빕니다.> <자녀가 원하는 학교에 들어가길 바랄게요.> <올해는 마음에 꼭 드는 짝을 만나세요.> 이런 새해 덕담을 하는 만큼 이루어지길 바라는 소망이 많다는 거다.

 

 

교수신문은 신묘년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로 `민귀군경(民貴君輕)‘을 뽑았다고 한다. ‘민귀군경’은 맹자에 나오는 말로 "백성이 존귀하고 사직은 그다음이며 임금은 가볍다“고 한 데서 유래된 성어다. 나라의 근본인 국민을 존중하는 정치를 하라는 뜻이다. 난 개인적으로 이 사자성어가 한국의 위정자들에게 주는 새해 덕담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라의 근본인 국민을 존중하는 정치를 하라는 덕담을 덕담이라고 듣지 못하는 위정자는 정치할 그릇이 아니다.

 

 

작은 동네에 불과한 영국의 한인사회도 마찬가지다. 완장 같은 허상의 자리를 권력이라 착각하고 덤벼들어 이제 다됐다 판단하고 군림하려 생각했다면 ‘민귀군경’의 뜻을 알고 일찍이 그 생각을 바꾸라는 덕담을 주고 싶다. 덕담이 아니라고 듣는 귀를 가졌다면 어쩔 수 없지만, 알아들었다면 먼저 자신들의 주변의 산적한 문제부터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주문한다.

 

 

지혜 있는 사람은 지혜로 해결하려 하고, 힘밖에 없는 사람은 힘으로 해결하고, 비리가 많은 사람은 또 다른 비리로 해결하려 한다는데 어떻게 해결하는지 지켜볼 일이다. 해결하는 방법에 따라 그 사람 됨됨이를 볼 수 있고 해결할 능력이 있는지, 아예 해결할 의지조차 없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약이 좋으면 맛이 쓰다는데 덕담도 그런 경우가 있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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