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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써도 써도 줄지 않는 29만 원

hherald 2010.10.18 18:17 조회 수 : 2064

 


2003년 6월 23일 판사가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재산이 얼마나 있느냐고 물었다. 전 전 대통령의 대답은 "내 재산은 통장에 들어 있는 29만 1,000원밖에 없다."고 했다. 전두환의 29만 원은 이때 유래된 유행어다.

 

 

2010년 현재 아직 1672억 원의 추징금이 미납된 그는 2008년에 4만 7천 원을 냈다. 그리고 며칠 전 3백만 원을 냈다. 대구에서 강연 수입이 있었다며 자진 납부했는데 추징 시효를 연장하기 위한 꼼수라는 걸 누구나 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추징금 미납자들에 대해 수시로 납부를 요구하고 있으며 지난달 전 전 대통령 측에 전화해 납부해줄 것을 통보했다"며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봐주는 것은 없고 전 전 대통령은 현재 공식적으로 압류할 재산이 없어 압류하지 않는 것"이라고 전했다. 29만 원밖에 없는 사람을 압류한다는 것도 사실 우습다.

 

 

전 재산이 고작 29만 원이라면 참 불편할 것이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야 할 수준이다. 그런데 전두환의 29만 원은 써도써도 없어지지 않는 화수분이다. 29만 원을 갖고 골프를 치고, 생일잔치를 하고, 오페라를 구경하고, 대구에서 열리는 동문회에 참석한다. 전두환은 29만 원이 얼마나 큰 돈인지 보여주는 사람이다.

중앙일보에 이런 기사가 났다. 대통령이 즐겨 찾는 맛집으로 제주도의 어느 횟집이 소개됐는데 전두환 전 대통령이 즐겨 찾는 집이라고. 전 전 대통령은 제주도에 들를 때면 호텔로 자신이 좋아하는 그 횟집 주인을 부르거나, 직접 횟집을 찾아 다금바리회를 먹는다고 한다. 전 전 대통령은 "백담사에서 산초만 먹다가 유배에서 풀려나 처음으로 바닷바람을 쐬러 마라도에 갔는데 그때 주위의 권고로 맛본 당신의 다금바리 맛을 잊을 수 없었다"고 했단다. 전두환은 29만 원으로 제주도에 갈 때마다 다금바리회를 먹을 수 있다. 얼마나 축복받은 29만 원인가.

 

 

29만 원을 가지고도 잘 살 수 있는 전 전 대통령은 5공 측근들과 자주 나들이를 한다. 장세동, 안현태 ,이상희, 이학봉 등 조합이 되는 인물들이 모인다. 최근에도 모교인 대구공고 동문 체육대회와 골프대회에 참석하러 이들과 함께 대구를 다녀왔다. 놀랍게도 대구공고 동문들이 체육대회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팔순을 축하하는 현수막을 들고 입장하더니 운동장 바닥에 엎드려 전 전 대통령 부부에게 큰절을 했다. 학교 곳곳에는 올해 팔순을 맞은 전 전 대통령의 건강을 기원하는 현수막이 내걸리는 등 동문 대통령 찬양일색이었다고 한다. 대구공고 동문회는 ‘대한민국 제12대 대통령 전두환 각하배 골프대회’도 열었다. 이 행사에 1억 원이 넘게 들었다고 한다. 한낱 동문회 체육대회 얘기를 하는 이유는 전 전 대통령이 낸 300만 원이 바로 이때 동문 후배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회의 강연료였기 때문이다. 동문회는 “각하께서 행사 참석 때마다 30분 남짓 동문들에게 귀한 말씀을 해주셔서 인사로 강연료를 드렸다."는 것이다.

 

 

29만 원밖에 없는 동문 선배를 위해 300만 원을 마련해준 후배의 성의를 단 한 번에 추징금으로 납부한 그의 결단. 아껴쓰지 않아도 되는 전두환의 29만 원은 정말 화수분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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