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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한국학교와 주영대사 그리고 관심

hherald 2010.09.27 16:43 조회 수 : 2100


추규호 대사가 한국학교를 방문했다. 지난 25일 토요일, 하루에 강남과 강북 두 군데의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둘러보고 교사와 학부모들과 간담회를 갖고 한국학교가 처한 고충을 들었다. 그리고 스스로 적은 액수라며 겸연쩍어 했지만 금일봉을 전달하고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역대 주영대사가 한국학교를 방문한 적은 여러 번 있다. 이번 추규호 대사의 방문이 지난 여러 대사의 방문과 다른 점이 있다면 대사 부인이 동행했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한국학교의 사업 계획을 듣던 중, 학부모가 옷가지와 장난감을 모으고 음식을 만들어 팔아서 이익금을 학교 발전에 보태는 '알뜰시장' 얘기에는 관심을 보이고 질문도 했다. 솔직히 대사가 알뜰시장까지 어떻게 챙길까. 부인이 동행했기에 이런 노력을 한국학교의 학부모들이 하고 있다는 것을 각인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영국의 한국학교가 늘 목청을 높여 호소하는 것은 '관심'이다. 365일 늘 하는 말이 제발 한국학교에 관심을 좀 가져 달라는 것. 관심이 있어야 학생이 있고 교사가 있고 학교가 있을 수 있다. 대사 내외분의 한국학교 방문도 '관심'에서 시작돼 또 다른 '관심'을 유도하려고 만들어진 자리라 말하면 과할까. 하루 아침에 어려운 여건의 한국학교 형편이 확 펴질 리야 없겠지만 '관심'이 모이면 그 어려운 여건이 작게나마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관심타령을 하는 것이다.

영국에는 20개의 한국학교가 있다. 한국에서는 한글학교라고 한다. 10명 이하의 학생이 있는 곳이 절반이다. 에버딘에는 40명의 동포가 있는데 13명의 학생을 위해 한국학교를 다시 만들겠다고 한다. 있어도 보내지 않는 뉴몰든에서는 이런 열의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20개의 한국학교가 다 열악하다. 그렇지만 희생하는 학부모와 봉사하는 교사가 올망졸망한 눈망울을 보며 학교를 꾸려간다.

 

 

사실 현업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한국학교 학부모의 입장이 되면 학교가 하는 일을 보는 눈이 매우 순수해진다. 역대 학부모들은 알뜰시장과 같은 행사를 열어 모은 돈을 한국학교에 보탰다. 그것이 공부하는 우리 자녀에게 혜택으로 돌아온다는 눈밖에 없다. 우여곡절 끝에 그렇게 모은 한국학교 건립기금이 한인회관에 들어갔지만 정말 말 그대로 그뿐이다. 이번 개교기념일에 학부모회는 또 알뜰시장을 연다. 그렇게 기금을 또 모은다. 그게 자녀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대사가 방문한 자리에서 교장은 노후한 복사기 얘기를 했다. 복사기 살 돈 없다는 얘기를 기업체의 '관심'이 끊어져 지원을 받기 힘들어 졌다는 말로 에둘러 표현했다. 기업체의 관심이 끊어진 것이 지난번 한인회 분규 이후라고 했다. 학교까지 불똥이 튀었으니 한인회장을 둘러싸고 분탕질을 친 그 인사들은 참 많은 업적을 쌓았다. 다시 출마한다는 설도 있는데 또 무슨 '관심'까지 끊어 놓을까 아찔하다.

 

 

이날 추규호 대사는 교사가 학교 수입에 신경 쓰지 않고 교육에만 신경 쓸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법을 찾아 보겠다고 했다. 물론 첩경이 '관심'이다. 한국학교의 돈에만 '관심'있었던 과거 인사들의 관심과는 다른 진정한 관심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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