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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외교통상부의 新 한국판 카스트 제도

hherald 2010.09.13 14:41 조회 수 : 1892

2015년에는 5급 신규 공무원의 절반을 기존 필기시험으로 선발하고, 나머지 절반은 외부 전문가 특채로 선발한다는 <공무원 채용제도 선진화 방안>을 정부가 내놓았을 때 야당 의원도 아닌 여당인 한나라당의 정두언 최고위원이 “행시 개편안은 서민 자제에게 신분 사다리를 치워버린 것으로 현대판 음서제의 부활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학벌, 집안 배경, 연줄이 개입할 가능성이 있어 소수 특권층을 위한 공무원 특채가 될 것”이라고 혹평했다. 많은 이가 이런 선발 기준은 차라리 "나, 누구 아들이오"라고 써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비난이 팽배했다.

 

 

음서제라는 것이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관직 생활을 했거나 나라에 공훈을 세웠을 때 그 자손을 과거에 의하지 않고 특별히 임용하는 제도다. 정두언 의원이 우려한 '현대판 음서제'가 불거진 곳이 외교통상부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이 외교부 5급에 특채되자 고시 폐지와 사무관 특채가 '현대판 음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확인시켜준 사례라고 지적한다. "특채과정에 아무란 문제가 없었다"라고 해명했던 외교통상부는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유 장관의 딸을 목표로 특별채용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 사건을 시간별로 정리해보자. 유 장관의 딸은 7월 1일 통상 전문계약직 1명을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16일 “서류전형 요건을 갖춘 적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지원자 전원이 탈락한다. 외교부에 따르면 당시 응시자 8명 중 7명은 ‘박사학위 또는 석사학위자 및 유관기관 2년 이상 근무 경력’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고 유씨는 위 조건은 갖췄지만 어학성적의 시효가 지나 탈락했다. 16일 외교부는 재공고를 냈고 6명이 지원해 유씨 포함 3명이 서류 전형에 합격했다. 유씨는 재공고일인 7월 16일부터 서류제출 마감일인 8월 11일 사이에 어학성적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2차 면접을 거쳐 31일 유씨가 최종 합격했다.

 

 

처음 지원자 전원이 자격 미달로 탈락했다는 것도 석연치 않지만, 올해 바뀐 자격조건이 유독 문제가 된다. 특채 지원자격이 2009년 9월에는 ‘국내외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나 박사학위를 획득한 자’로 제한됐으나 올해에는 ‘박사학위 또는 석사학위를 취득한 자’로 낮춰졌다. 또 자격요건 중 '석사학위+2년 이상 근무경력'을 새로운 자격 요건으로 냈다. 유 장관의 딸은 석사 학위 소지자며, 과거 계약직으로 2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다.

 

외교통상부가 오해를 살 요지는 또 있다. 올해는 시험 과정도 축소됐다. 지난해 5급 특채 때는 서류전형, 어학시험, 외교역량평가, 심층면접 등 4가지였으나 이번에는 서류전형과 심층면접의 2단계로 줄어들었다. 5명의 심사관 중 2명이 외교부 관계자다. 이 심사관들. 과연 자유로웠을까?

딸의 특채 논란에 대해 유 장관은 "장관 딸이라 더 공정하게 심사했을 것"이라  며 "1차 모집 당시에도 현선이만 자격이 됐었지만, 오해가 있을 수 있어 2차 모집까지 진행한 것"이라 했다. 유 장관은 딸이 유효기간이 지난 외국어 시험증명서를 제출해 탈락한 사실관계조차 호도하면서 딸 특채를 합리화했었다.

 

 

반대로 생각해보자. 유 장관의 딸이 당당하게 공채로 외교부에 입성했으면 <그 아버지에 그 딸>이라고 칭송하지 않을까. 그런데 과정이 이렇게 구리니 <그 아버지에 그 딸>이라는 비난을 받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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