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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한국과 영국의 음주단속

hherald 2010.09.06 16:05 조회 수 : 3695


이제 서울에서는 운전자가 술을 마신 것으로 의심되는 차량만 골라서 음주운전 여부를 검사한다고 서울경찰청이 밝혔다. 대로를 막고 모든 차량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일괄검문 하던 기존의 음주단속 방법을 개선해 교통소통과 시민불편을 줄이기 위해서 라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단속 경찰관은 운전자가 술을 마셨다고 생각되는 차를 감으로 세워 운전자와 대화를 하고 발음상태·눈빛·얼굴색 등으로 음주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이다.

 

운전자와 대화를 하고 발음상태·눈빛·얼굴색 등으로 음주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이 무척 시민 편의를 생각한듯하나 과거로 퇴행한 느낌이다. 우리나라에 음주감지기가 도입된 것은 1980년이다. 1979년 음주운전 사고가 1978년보다 50% 가까이 늘어 치안본부가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때 미국에서 음주감지기 4백 대를 도입, 전국 경찰에 나누어주고 음주 운전자를 강력히 단속도록 했다. 그런데 당시 음주감지기는 술이 센 사람과 덜 센 사람을 구분할 수 없다는 데에 문제점이 있었다. 바로 서울경찰청이 새로 실시하려는 발음상태·눈빛·얼굴색 등으로 음주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이 그때와 닮았다. 술을 아무리 많이 마셔도 얼굴색 안 변하고 말이 또렷한 사람보다 술 몇 잔에 고꾸라지는 사람이 더 나쁘다는 것이다.

 

운전자가 술을 마셨다고 생각되는 차를 감으로 세워 운전자와 대화를 하고 발음상태·눈빛·얼굴색 등으로 음주 여부를 판단하라는 방침은 경찰 고위층에서 내린다. 어떻게 그런 발상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들은 일선 경찰관의 입장이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그런 단속이 낳을 또 다른 여파를 생각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하다. 눈빛과 얼굴색으로 판단하다니. 술 안 마신 사람은 진짜 기분 나쁠 것이다. 시비가 생기지 않을까. 어느 네티즌의 지적처럼 계급이 높은 경찰복 입고 술 마신 차량을 붙들고 발음상태·눈빛·얼굴색을 파악하려고 대화를 나눌 하급 경찰이 있을까.

 

영국에서 늦은 밤 경찰이 달리는 차를 세우고 음주단속을 하는 것은 운전하는 모습이 경찰이 보기에 불안해 보였거나, 브레이크등이 고장 났다거나 하는 문제가 있는 차에 국한된다. 물론 런던의 클럽이 문을 닫는 새벽 2시 이후, 빅벤 앞 대로를 막고 런던 중심가에서 빠져나오는 모든 차량을 대대적으로 검문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영국이 낫다는 것이 아니라 단속의 기준이 선별이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렇게 세운 차의 모든 운전자에게는 음주측정기를 들이댄다. 그래서 적어도 음주운전에 있어 재수가 있어서 걸렸는데도 빠지고, 재수가 없어서 된통 걸렸다얘기는나오지 않는다.

 

몇 년 전에 만난 어느 킹스톤 경찰은 관내 음주운전 적발자 중 10%가 한국인이라 했다. 이 또한 자랑은 아니지만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킹스톤 주민 중 한국인이 10%가 넘는다. <음주운전을 하지 말자>는 한국어 안내판이 길에 걸린 것이 우리가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를 배려한 조치로 봐달라고도 했다.

 

여담이다. 영국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걸렸는데 안면 있는 경찰이어서 봐주더라는 자랑을 하는 사람이 있던데 그 순간 100% 거짓말로 들었다. 그것이 자랑이 될 수도 없는 낯부끄러운 얘기고, 거의 일어날 수 없는 일이며, 행여 있었다면 차라리 무덤까지 갖고 가야 될 정도로 큰 사건이다. 그렇게 떠벌릴 일이 아니다. 한국의 음주운전 얘기를 하다가 여기까지 흘렀지만 음주운전도 결국 어딜가나 새는 바가지가 있어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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