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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북한, 에리트레아, 시리아 그리고 BBC

hherald 2023.07.10 15:55 조회 수 : 4612

현존하는 최악의 독재국가들은 한결같이 지지리 못살기도 하지만 언론의 자유가 없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반체제 인사가 잡혔다는 보도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로 언론통제가 심한 북한은 2023년 올해까지 언론자유지수 최하위를 10회나 차지해 최다 기록을 보유했다. 180개 국가 중 180위. 

 

그런데 북한에 전혀 밀리지 않는 국가가 바로 동아프리카 홍해 연안에 있는 군국주의 국가, 에리트레아 Eritrea다. '아프리카의 북한'이라는 별명답게 역시 언론자유지수 최하위를 10회, 북한과 같은 횟수를 기록했다. 2022년에는 북한에 살짝 못 미쳐 179위를 기록했다. 북한, 투르크메니스탄과 함께 언론 통제 제대로 하기 경쟁과 기자들 잡아들이기 경쟁에서 나쁜 쪽으로 1등을 놓치지 않는 곳들이다.
1993년 에티오피아에서 독립한 이후 2023년 현재까지 집권하고 있는 실질적인 황제 아페웨르키(대통령, 여당 대표, 국회의장)는 알자지라 기자와 인터뷰에서 당당하게 "에리트레아에는 민주주의라 불리는 상품이 없다"고 했다. 

 

독재자의 학정에 사람 살만할 리 없는 곳이니 에리트레아에서 어떻게든 도망쳐 다른 나라로 가려는 사람이 많다. 인구 300만 명에 불과한데 전체 인구의 12% 정도가 나라 밖으로 달아났다고 추측한다. 잡히면 현장에서 총살인데도 도망친다. 원래 난민이 많이 나오는 국가는 내전을 겪는 곳들인데 에리트레아는 내전이 없는데도 국민 50명 중 1명이 난민을 신청할 정도다. 오랜 내전으로 난민 신청 최우선 순위로 꼽히는 시리아보다 비율이 높다. 그러고 보니 시리아도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 올해 180개국 중 175위를 차지했다. 도긴개긴이다.

 

이들 국가의 또 하나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3월 유엔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나라들이다. 그래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 우방국은 북한, 에리트레아, 시리아, 벨라루스뿐이라고 했다.

 

이번에 시리아에서 BBC 방송 인가를 취소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시리아 정보부에 따르면 BBC 방송이 거짓되고 편향적인 정보 전달과 보도를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경고를 했는데도 테러 단체와 시리아에 적대적인 사람들을 인용해 오해를 살만한 보도를 BBC가 계속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BBC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시리아 내 마약 '캡타곤' 밀매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 때문이다. BBC 아랍어 뉴스와 탐사 저널리즘 네트워크 ‘OCCRP’가 공동으로 취재해 시리아 군 주요 인사와 알아사드 대통령의 친인척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마약 ‘캡타곤’ 거래와 연관돼 있음을 밝혀낸 바 있다. IS 마약으로 불리는 캡타곤은 중독성이 강한 약물로, 최근 몇 년간 중동 지역을 휩쓸고 있으며, 현재는 중동을 넘어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에서 발견되고 있다.

 

그런데 시리아 정부가 BBC에 '거짓되고 편향적인 보도'를 해서 추방한다니... 언론자유지수, 역시 주먹구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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