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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6·25전쟁 73주년, 영국의 참전용사들

hherald 2023.06.26 16:44 조회 수 : 4799

영국 템스강변에 있는 한국전 참전 기념비는 당시 6.26 전쟁에 참전한 영국군의 모습을 새겼다. 죽은 동료를 애도해 모자를 벗고 서 있는 영국 군인을 표현한 조상 彫像은 두꺼운 외투를 입고 있다. 1950년, 이역만리에서 온 파란 눈의 영국 젊은이들이 처음 체험한 한국의 혹독한 겨울 추위를 표현했다. 6·25전쟁 73주년이 된 오늘, 그 조각상의 주인공들은 구순이 넘은 나이가 됐다. 살아계시는 분들은 당시 스무 살 전후의 나이에 참전했다. 지구상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배에 실려 도착했던 나라, 대한민국의 그 해 혹독했던 겨울 추위를 지금도 되뇌곤 한다.
그래서인지 올해 재향군인회 영국지회가 중심이 돼서 마련한 6·25전쟁 73주년 기념행사에서 참전용사를 대표해 인사말을 한 알란 가이(A. Guy)라는 분도 젊은 날 처음 경험한 한국의 겨울 추위 얘기를 했다.

참전국에서 6·25 기념행사가 열리면 어디나 비슷하겠지만, 영국의 6·25전쟁 기념식에는 참전용사, 베테랑, 역전의 용사가 자신의 참전기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간혹 있다. 내 기억으로 5년 전인 68주년 기념식에 어느 참전용사 한 분이 자신의 참전기를 얘기하는 걸로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그 참전용사께서는 오랜만에 만나는 옛 전우들, 이웃들, 그를 초대한 영국의 한인들, 자기 손자, 손녀 앞에서 자랑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주려 수차례 연습을 했다. 그러나 그 노병은 그해 행사에 오지 못했고 그의 참전기를 영영 들을 수 없었다. 영국의 한국전 참전용사 모임에는 해가 갈수록 이런 일이 더 흔한 일이 되었다. 잊힌 전쟁, 잊힌 인물들이 될까 우려하던 것이 이제는 뚜렷한 현실이 되고 있다.
 
다행히 영국에는 이들 참전용사를 잊지 않고 이웃으로 지내며 늘 교류를 가지는 한인들이 있다. 숨어있는 민간 외교관이라 할 이들로 인해 한국과 영국이 혈맹이라는 뜨거운 기억을 참전용사들은 다시 상기하는지도 모른다. 참전용사들과 모임을 정례화한 한인들과 한인 단체 중 첫 주자로 꼽을 곳이 레딩한인회이며 그 중심에 조신구 전 레딩한인회장이 있다. 런던에서 약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레딩은 런던보다 아주 적은 수의 한인이 사는 작은 도시다. 그러나 런던 코리아타운에서도 하지 못할 큰일을 레딩한인회 사람들은 똘똘 뭉쳐 매년 끊이지 않고 치러낸다. 참전용사와 레딩한인회는 2001년부터 매년 6월 25일을 전후해 기념행사를 하고 한인들이 마련한 음식을 나누고 한인들이 마련한 공연을 보며 함께 흥겨운 잔치를 연다. 
스코틀랜드 에버딘 한인회 남정희 회장은 15년 가까이 '참전용사 위로의 날' 행사를 열고 있는데 공식적인 행사는 15년이지만 개인적으로 스코틀랜드 지역에 사는 참전용사들과 교류를 갖고 그들을 초대해 대접한 것은 25년이 됐다. 
노팅엄 한인교회도 10여 년 전부터 참전용사를 위한 행사를 시작해 계속 이어져 오고 있으며 케임브리지의 한인들과 한인교회에서도 얼마 전부터 지역 참전용사회와 교류를 갖고 그들을 초청해 잔치를 열고 있다.
지금 대한노인회 영국지회의 권오득 회장은 참전용사와 한인들의 만남과 감사 기념 행사를 최초로 개최한 인물이다. 1980년도에 런던 한인타운이 아닌 케임브리지에 사는 거의 모든 한인이 모여 감사 행사를 열었다. 
 
아직 살아있는 참전용사를 만나 직접 고마움을 전하고 그들이 고마움의 보답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는 이들은 이처럼 가장 평범한 사람들이다. 자기가 하는 일이 좋아서 하든, 나만이라도 해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하든, 그들이 하는 일은 분명 누군가가 놓치고 있는 일을 기꺼이 떠안은 것이다. 그것도 즐거운 마음으로... 지금처럼 한국에서 지원받아 하는 행사가 아닌 재영한인들의 순순한 마음에서 시작한 감사의 봉사였음을 상기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6·25전쟁 73주년을 맞아 “자유 대한민국을 있게 한 영웅들의 피 묻은 군복의 의미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의 봉사자들이 그 의미를 기억하는 이들이다.  행사장에서 만났던 노병들의 군복이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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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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