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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바비인형과 방탄소년단

hherald 2019.03.11 17:14 조회 수 : 3952

 


1955년 미국의 어느 장난감 회사에서 50만 달러를 들여 TV 광고를 했다. 지금 돈으로 60억 정도로 회사 전 재산을 투자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1955년은 미국도 TV가 그렇게 많이 보급된 시절이 아니어서 많은 이가 이 결정을 비웃었다. 실제로 회사는 약 9개월간 돈을 별로 못 벌었다. 그런데 장난감 성수기인 연말이 되자 미국인은 모두 이 회사의 장난감만 찾았고 회사의 매출이 오른 정도가 아니라 없어서 못 팔 지경이었다. 9개월간 쌓인 광고 효과는 미국인 머릿속에 '장난감은 M 사'를 각인시켜 놓은 것이었다. 50년이 지난 뒤 포춘지는 역대 비즈니스 최고의 결정으로 이를 꼽았다. 그 장난감 회사가 바로 바비인형을 만든 마텔, 그들이 광고를 실은 프로그램은 미키마우스였다. 마텔의 과감한 광고 투자는 이런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결정이 세계적 기업의 성공을 가져왔다는 사례로 곧잘 소개된다.

 

 

1955년의 성공으로 급성장한 마텔은 1959년 바비인형을 내놓는다. 비현실적인 마네킹 몸매의 바비는 지금도 간혹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비난의 대상이 되지만 처음부터 획기적 역할을 한 인형이었다. 마텔 창업자 부부가 남자아이를 위한 장난감은 많지만 여자아이가 갖고 놀 장난감이 별로 없다는 데서 고안해 만들어졌지만, 당시 미국 사회의 성 역할에 대한 인식 변화를 준 장난감이 됐다. 1950년대 미국의 여성은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주부의 역할에 한정돼 있었다. 인형은 모두 3~4등신 아기 체형. 바비인형은 늘씬한 성인 여성에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일하는 여성이었다. 바비는 성 평등을 주장하는 여성 인형이었다.

 

미국 뉴욕 장난감 박람회에서 첫선을 보인 바비인형이 환갑이 됐다. 전 세계에서 약 10억 개 이상 팔렸다. 물론 긴 팔다리, 가는 허리, 금발, 파란 눈으로 획일화된 미의 바비만이 환갑을 맞은 건 아니다. 흑인 바비, 히스패닉 바비, 히잡을 쓴 바비, 도복 바비, 축구 바비 등 다양한 인종, 다양한 직업을 가진 바비가 나와서 사회의 다양성을 포용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살아왔고 수많은 피부색, 수많은 직업, 수많은 체형, 수많은 문화의 의상을 입은 바비가 있었고 그렇게 살아서 환갑을 맞은 것이다. 환갑을 맞은 올해 휠체어에 탄 바비와 의족을 한 바비가 나온다는데 장애를 가진 아이 부모들의 요청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를 환영하는 목소리를 담아보면 이렇다. 아이들은 이 장애를 가진 바비인형을 보면서 세상에는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과 그들 모두 나름의 이유로 매력적이란 것을 알게 되고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도 어울리고 싶어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는 거다. 

 

올여름 마텔은 방탄소년단의 공식 인형 컬렉션을 전 세계에 출시한다고 알렸다. 소속사와 계약했다는데 멤버 7명이 뮤직비디오에 나온 모습 그대로 재현한 인형을 만드는 거다. 마텔 관계자는 <방탄소년단은 나이와 문화, 언어를 초월한 팝 문화의 음악 현상>이라 인형을 만들어 보다 많은 사람이 방탄소년단과 친해질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바비인형이 세계인의 문화가 됐듯이 방탄소년단도 세계인의 문화가 된다는 거로 보인다. 한국 아이돌 인형도 세계인의 품에서 바비만큼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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