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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한인회에 숟가락 얹기

hherald 2019.01.14 18:13 조회 수 : 3560

 

지난 토요일 제34대 한인회 집행부 출범식이 있었다. 식이 열린 한인종합회관 대회의실은 만원이었다. 대회의실이라지만 의자 60개를 놓으면 꽉 차니 참석자가 60명을 넘으면 만원이다. 그래도 60명 이상이 참석해 만원을 이룬 것을 본 기억이 2010년 7월 5일 회관 개관식 날을 제외하고 과연 몇 번이나 있었던가. 지난 호 한인헤럴드 기사에 다뤘듯 한인회 분규(2011년)가 있고 난 후에는 한인회가 제 기능을 못 한 세월이 대부분이라 한인종합회관도 한인들의 모임장이란 기능을 제대로 못 했다. 그래서 지난 당선증 수여식과 이날 출범식에서 만원을 이뤘다는 것이 한인들의 한인회에 대한 관심을 과거보다 조금은 되돌려 놨다는 긍정적 해석을 낳게 한다.

 

그런데 좋은 날 좋은 말만 하자니 지금까지 늘 그랬듯이 '잘되는 집 밥상에 숟가락 얹기'만 하고 살아온 인사들이 혹 반성 없는 과거의 잘못도 안고 가자는 뜻으로 들었을까 걱정이 돼 이날 만난 뜻있는 한인들의 목소리를 모아 옮겨본다. 

 

소송 11년, 분규 8년이었다. 런던올림픽 때는 응원도 두 개의 단체가 따로 했다. 서병일 회장 재임 시기를 빼면 특별히 열린 행사가 거의 없어 영한회랑 통합된 2017년 이후에야 재영한인총연합회란 이름이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재영한인회라는 것이 아직도 있어? 라는 기억이나마 되살린 건 그때 그렇게 통합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이번 제34대 한인회라는 튼튼한 집합체를 구성하는 밑거름이 된 거라는 의견.

 

그렇다면 이번 한인회가 제34대라 명명하며 전임들의 위상을 세워준만큼 걸맞는 품격이 요구된다. 그런데 분규 기간 한인회는 참 독특하게 운영됐는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한인회 사이트는 원래 www.krsuk.com 인데 지금 사용할 수 없다. 당시 전후임 회장 인수인계 시 문제가 있어 www.krsuk.info라는 걸 다시 만들었다고 한다. (인터넷 상으로 보면 영국에 한인회가 아직도 두 개 있는 걸로 착각하게 만든다) 한인회 사이트는 한인회 자산이 아닌가. 회장이 바뀌면 판매하는 목록이던가, 그래서 불편한 건 한인들인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이날 행사장에 온 한인들은 지적했다. 그리고는 이날 행사장에서 전임 회장으로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가 거절당했다는데 그야말로 잘나가는 한인회에 뒤늦게 숟가락 얹으려다 낭패를 봤다는 소리가 들린다.

 

또 하나 숟가락 얹기를 조심하라는 건 모처럼 통합된 한인회가 출범한 만큼 한인들이 모두 즐길 수 있는 명절 행사와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정책으로 시행하는 모든 국경일 행사는 한인회, 민주평통협의회와 대사관 등 공식 민관 단체가 주최해 한인들의 일치를 이뤄야 한다고 참석한 이들은 주장했다. 과거 기념식을 민관이 나누고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 두 개의 기념식이 열리면서 분열됐던 아픈 기억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뜻이고 기념식은 나쁜 용도의 숟가락 얹기 희생물이 되기 쉽다는 뜻이었다.

 

마지막으로 이제 한인이 많이 모이다 보니 한인회관이 좁고 한인촌으로부터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우선 활용 방안을 바꾸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자는 안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이날 온 한인들의 말을 싣다 보니 나온 결론. 한인회가 그토록 오랜 세월 먼 길을 돌아온 잘못은 우리 모두가 나쁜 숟가락 얹기를 감시하지 못했던 탓이었다는 뒤늦은 반성이랄까. 그래서 이제부터의 과제도 나쁜 숟가락 얹기를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대상은 이날 출범한 송천수 회장 집행부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야 한인회가 건강해진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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