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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사우디 여성의 운전 잔혹사

hherald 2011.12.05 19:48 조회 수 : 2458




사우디아라비아는 헌법이나 성문법이 없는데도 중동에서 비교적 정치가 안정된 나라다. 국민 전부가 이슬람교도인 정교 일치의 절대 군주국인데 법이란 것이 이슬람 율법과 같은 관습법만 있다. 이 관습법으로 외국인도 처벌한다. 사우디는 외국인 사형국으로 악명이 높다.


사우디를 움직이고 지탱하는 이슬람 율법은 해석하기 따라서 또는 적용되는 대상에 따라서 차별이 심하다. 사우디에서 여성의 인권은 찾아보기 어려운데 이슬람 율법이 철저히 남성 위주로 되어 있는 탓이다. 사우디의 법률체계는 보수적인 이슬람 율법 해석을 채택하기 때문에 여느 이슬람 국가보다 여성에게 더 가혹하다. 국왕에 의해 임명된 남성 판사들에게 지나치게 넓은 법률 해석권을 줘 성차별적인 판결이 남발되고 있다.


여성이 운전을 못 하게 하는 법도 그 중 하나다. 사우디는 전 세계에서 여성의 운전을 법으로 금지한 유일한 나라다. 이슬람 율법에, 사우디 법률에 여성이 운전을 못하게 하는 법은 없다. 그러나 사우디에서는 여성에게 운전면허증을 주지 않는다. 운전면허증이 없으니 여성이 운전하면 불법이 되는 셈이다.


사우디에서는 최근 여권 신장의 조치가 조금씩 시행되고 있는데 유독 여성이 운전하는 것이 허용될까 봐 우려하는 종교적, 보수적 세력이 만만치 않다. 오죽하면 이들은 사우디 국정자문기구 `슈라위원회'에 최근 제출한 보고서에 <여성에게 운전을 허용하면 혼전 성관계를 조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성에게 운전을 허용하면 남녀가 함께 자리하는 기회가 많아져 성관계를 조장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사우디 여성은 자동차와 인연이 기구하다. 몇 해 전 사우디 법원은 집단 성폭행을 당한 피해 여성에게 ‘이성과 함께 차 안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징역 6개월과 태형 200대의 ‘중형’을 선고했다. 사우디에서는 여성이 가족이나 남편이 아닌 남성과 같은 차에 들어간 것을 ‘음란죄’로 규정하고 있다. 몇 달 전에는 직접 차를 몬 여성이 잡혀 태형을 받았다. 그래도 이에 굴하지 않고 사우디에선 지난 5월부터 ‘여성운전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운전이란 '이동의 자유권'이다. 운전을 못 하면 운전을 하는 누군가에게 늘 기대야 한다. 운전을 하는 남성의 ‘부속인’으로 여성을 두려는 사우디 종교지도자들과 남성 기득권층의 의도가 여성 운전 금지 제도에 담겨있는 것이다. 그런 의도는 사우디 여성이 공공 도서관도, 경찰서도 출입할 수 없고 자녀의 보호자 역할을 할 수도 없는 많은 제도적 제한에서 엿볼 수 있다.


그런데 사우디에서 옹호론자들은 '서구의 모습을 닮고 싶지 않다, 우리의 종교와 정체성을 잃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 여성의 운전금지를 전통문화로 지키려는 여성들도 있다고 주장한다. 
글쎄, 그게 사우디 여성이 진짜 하고 싶어서 하는 소리일까.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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