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방계 물류회사인 M&M의 전 대표 최철원은 재벌 2세다. 그리고 깡패다.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부모 잘 만난 운 좋은 사내 최철원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이며 SK집안의 2세다. 그래서 재벌 2세다. 그렇지만 결국 깡패다.
그는 자기보다 한참 나이가 많은 화물운송노동자를 불러와 맷값을 주고 알루마늄 배트로 때렸다. 1대에 백만 원씩. 나중에는 더 이상 못 맞겠다고 살려달라는 사람을 1대에 3백 만원씩으로 값을 올리고 때렸다. 그 자리에 다른 임직원도 있었다니까 그는 깡패요, 여럿 모였으니 이들은 조폭이다.
최철원은 직원들을 ‘엎드려 뻗쳐’를 시켜놓고 곡괭이 자루나 삽자루 같은 것으로 두드려 패기 일쑤였다고 한다. 중견 간부를 골프채가 부러질 정도로 때린 적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는 상습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상습폭행범이다. 그렇게 맞고 있었다니. 폭행을 당연시하는 성질 더러운 경영자의 회사에 들어간 임직원들의 불운이 안타깝다는 심정을 넘어 목구멍이 포도청인 계층을 향한 돈이면 다 되는 계층이 퍼부은 폭력에 치가 떨린다.
최철원이란 깡패는 사무실에 개를 끌고 와 여직원들을 위협했다고 한다. 사냥개인 도베르만을 사무실에 데려와 여직원을 향해 ‘요즘 불만이 많느냐’고 물으면서 개의 목줄을 풀고 ‘물어’라고 명령하며 위협했다는 증언이 있다. 이쯤되면 정신감정이 필요한 상태다. 사회에 풀어 놓기가 심각한 상태의 위험한 깡패다.
더 위험한 것은 이런 짓을 저지러는 깡패의 근성을 감추려 부단히 노력한다는 것이다. 괜찮은 재벌 2세로 알려지고 싶었든지 소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모습으로 포장되기를 원했든지 자기 모교에 15억 원을 기탁했다고 한다. 그래서 폭력을 숭상하는 괴물의 본성을 가리려고 드니까 최철원이 같은 인물을 그냥 두면 판단에 혼란이 온다. 나중에는 가치관에 혼란이 온다. 대한민국은 법 위에 돈이 있는 나라가 된다.
그런데 이번 최철원의 사례를 단순히 금전깡패의 단순한 가쉽거리로 볼 수 있을까. 금전깡패에게 농락당한 한 서민의 사건사례로 치부할 수 있을까. 아니다. 이는 재벌이 노동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저지르는 폭행의 한 형태다. 강한 자가 힘없는 자를 괴롭히는 것이 당연시되는 재벌의 사고와 인식이 그대로 반영된 사건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법은 유독 재벌에게 관대했다. 재벌은 대한민국의 법이 그들에게 관대하다는 걸 알고 법 위에 돈이 있는 나라를 만들었다.
외신도 이 사건을 크게 다뤘으니 진짜 망신이다. LA타임스는 세계면 톱기사로 한국 사회가 재벌에게 관대하다고 했다. 신문은 <최근 몇 년 동안 재벌경영진이 사기, 배임, 횡령 등을 저질렀으나 대부분은 곧 감형되거나 사면을 받았다>면서, 특히 <2009년에는 탈세 혐의의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사면받았다>고 꼬집었다.
법 위에 돈이 있는 나라는 우습게 보일 수밖에 없다. 최철원이 재벌 2세라서 깡패가 아니라고 하는 나라도 우습게 보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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