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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지난 2008년 북경올림픽에서 가장 문제가 된 것은 2억이 넘는 국민의 혈세를 먹고 자는 데 흥청망청 쓴 연예인 올림픽 응원단이었다. 강병규를 필두로 김용만, 주영훈, 한성주, 현영 등 21명의 연예인과 수행원 21명으로 구성된 연예인 응원단은 유인촌의 재가를 받아 중국에 날아 갔지만 하루 145만원 짜리 호텔에 자면서도 10일간 고작 8경기만 응원했고 인기 종목은 표를 못구해 식당에서 TV를 보며 응원했다. 그런데 자기들이 먹고 노는 모습을 자랑 삼아 사이트에 올리는 바보짓을 해 국민의 성화가 빗발쳤다. 북경올림픽하면 떠오르는 가장 큰 부끄러움이 바로 연예인 올림픽 응원단이었다.

연예인이라는 공인의 신분이기 때문에 허물이 더 드러났고 국민의 혈세로 먹고 놀았다는 점이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이들의 행태 덕분에 낯뜨거운 일을 저지르고도 크게 허물이 드러나지 않은 곳이 있다. 당시 '북경올림픽 지원단'은 자원봉사자에게 차비나 식사도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얼치기 사령탑 노릇을 했지만 그 잘못이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연예인의 부실응원 소동 덕분에 드러나지 않은 그들의 잘못은 당시 동원돼 헛고생만 했다는 젊은 자원봉사자들의 한숨과 분노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당시 북경올림픽 지원단은 지금 영국 한인사회가 둘로 나눠져 두 개의 올림픽 지원단을 만든 것과 너무도 흡사한 상황이었다. 한인회(재중국한국인회)와 체육회(재중대한체육회)가 별도의 지원단을 만든 것부터 똑같다. 그리고 서로 어느 단체가 우리에게 힘을 보탠다고 하면서 세를 과시하는 안쓰러운 모습도 똑같다. 학생들을 동원해 몇백 명의 거창한 지원단을 구성한다고 하는 낯뜨거운 모습도 똑같다.

북경올림픽 때는 한국에서 온 TV 방송사의 카메라가 돌아가면 학생을 모아 단체로 응원하는 모습을 담았다. 그러나 정작 경기장에 간 응원단은 원래 티켓이 있는 일반 구매자이거나 웃돈을 주고 암표를 사야했기 때문에 자원봉사자가 간 경우는 거의 없었다. 당시 자원봉사자들이 올린 글을 보면 <응원연습을 했는데 경기장에 데려 갈 수 없다고 해 암표 사서 응원하고 식사가 제공된다고 했는데 밤 10시 30분에 경기가 끝나자 두 사람 당 도시락 하나가 배분됐다>는 식의 불만이 줄줄이 올라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물론 한인회나 체육회가 순수민간단체여서 중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무슨 좋은 일을 해보겠다는 순수한 의도로 나서다보니 전문적인 일처리에 미흡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상급기관에 올릴 보고서에나 쓸 핑계지 근본적인 원인은 한인회와 체육회 두 단체의 불화로 인해 소위 '지원단을 지원할' 단일 창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디를 지원해야할지 몰라 아예 지원을 않거나, 말썽 많은 지원단을 통하지 않고 예산을 정부기관에서 직접 집행한 것이다. 중국에서도 두 단체 몇몇 사람의 불화로 70만 중국동포가, 600명의 자원봉사자가 피해를 떠안았다.

70만 동포가 사는 중국에도 두 개의 올림픽 지원단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봤다. 그런데 영국 동포사회에 두 개의 올림픽 지원단이라니. 당장 대화에 나서서 힘을 합쳐야 한다. 합쳐도 모자랄 힘을 왜 매번 나누려고만 용을 쓰는지. 제발 열 번이고 백번이고 대화에 나서서 좋은 소식 좀 만들기를 기대한다. 런던올림픽이 있기까지 아직 시간은 많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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