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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아프가니스탄의 10세 소녀가 총으로 무장한 남자들에게 끌려가 영문도 모른 채 1년가량 방에 갇혀서 맞으며 살다가 다행히 감시가 뜸한 틈을 타 도망쳐 가족의 품에 안겨 그녀의 억울한 사정을 세상에 알린 소식이 얼마 전에 있었다. '샤킬라'라고 알려진 어린 아프간 소녀가 끌려간 이유는 그녀의 삼촌이 마을 지도자의 아내와 눈이 맞아 도망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어린 조카가 대신 끌려가 맞으며 살아야 했을까. 그것은 가족 일원의 잘못을 대신해 끌려가 구타나 고문을 당하는 '바드(Baad)'라는 아프간의 오랜 전통 때문이다. 가족 중 누군가가 살인, 간통, 사랑의 도피 등 관습에 금지된 짓을 하면 부족원로회의 결정에 따라 그 집안의 어린 소녀를 잡아가 때리고, 노예로 삼고, 강제결혼까지 시키는 구습이 아프간 시골지역에는 아직도 성행하고 있다. 아프간 현행법은 물론 이슬람법에서도 금지돼 있지만 시골지역을 많이 장악한 탈레반이 바드를 강요하기 때문에 소송은 엄두도 못 낸다. 관습 때문에 죽어나는 게 여성이다.

관습에 의한 여성잔혹사는 세계 곳곳에 여전히 살아있다. 대표적인 것이 FGM(Female Genital Mutilation)이라는 '여성 할례'다. 주로 아프리카 국가에서 어린 여자아이에게 행하는데 하루 평균 6,000명의 여성이 강제로 할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남자아이의 할례 수준이 아니다. 여성 성기의 모든 부분을 도려내고 성냥개비 정도 의 구멍만 남긴 채 다시 꽁꽁 꿰매는 거의 대수술이라 할 정도다. 그런데 시술도구는 깨진 유리 조각, 날카로운 돌, 면도날, 칼, 가위 등 지극히 비위생적이다. 아카시아 나무 가시로 살에 구멍을 내 꿰맨다. 당연히 할례를 하다 과다 출혈이나 감염으로 사망하는 수도 많다. 그 꿰맨 실밥을 결혼한 후 신랑이 풀어주는 것이 영광이요, 여성성의 상징이라는 관습 때문에 아프리카와 중동의 28개국에서 전통으로 행해지고 있다.

인도 델리에 있는 감옥에 갇힌 여자 죄수의 상당수가 며느리를 때렸거나 살해한 시어머니 범죄자다. 시어머니가 범죄자가 된 것은 순전히 '다우리(dowry)'라고 하는 인도의 신부지참금 제도 때문이다. 다우리란 인도에서 딸을 시집보내면서 신랑 측에게 현금으로 얼마를 바치겠다고 약속하는 제도다. 여자를 남자에게 바치는 대상으로 간주하는 관습의 산물인데 꼭 얼마를 줘야 한다고 정해진 것은 없지만 보통 결혼 전, 결혼식 날, 결혼 후 세 차례에 걸쳐 현금을 준다. 결혼 후 다우리를 지키지 못한 며느리를 시어머니가 구박하다가 심하면 범죄가 되는 것이다. 다우리라는 관습이 파괴한 가정이 무수히 많다.

살인을 정당화하는 관습도 있다. 바로 '명예살인(honor killing)'이다. 이슬람 가문의 여성이 순결을 잃거나 불륜을 저지르면 가족 중 한 사람이 명예를 지키기 위해 그 여성을 살해하는데, 강간을 당한 억울한 경우에도 억울함이 절대 인정되지 않고, 가해자인 남성에게는 죄를 묻지도 않는다. 오로지 여성에게만 죄를 묻는 이 전통 때문에 이슬람권 국가에서 한 해 수백 명의 여성이 명예살인의 희생자가 된다니 실로 관습에 의한 여성잔혹사라 하겠다.

물론 문화란 문화상대주의 입장에서 그 고유성을 인정해야 하고, 여성에게 유독 혹독하다는 이유로 그 문화를 열등한 문화라 함부로 예단할 수는 없다. 또한, 비슷한 여성잔혹사가 과거 서방세계에서도 자행됐었다. 그러나 아프간의 샤킬라처럼 삼촌의 사랑의 도피죄를 10살도 안 된 어린 여자 조카에게 묻는 관습은 분명 공평하지 않은 관습이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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