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헤럴드 단상

찢어진 눈

hherald 2012.02.13 19:13 조회 수 : 4921



미국의 음식점에서 연일 동양인을 비하하는 '찢어진 눈' 사태가 발생해 공분을 사고 있다. 유독 한국인 고객을 찢어진 눈으로 표현하고 있다. 피자가게인 파파존스의 종업원이 한인 여성 고객에게 이름 대신 `찢어진 눈을 가진 여성(lady chinky eyes)'이란 말이 적힌 영수증을 전달해 파문을 일으킨 지 한 달 만에 소위 '별다방'이라 불리는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에서 한국인 고객이 주문한 음료 컵에 고객의 이름을 적는 대신 두 눈이 찢어진 그림을 그려 줬다는 것이다.

그나마 파파존스는 해당 직원을 인사조처하고 공식적으로 신속히 사과했지만 스타벅스는 해당 매장의 매니저가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고, 본사에서는 "스타벅스 상품권을 원하면 주겠다"는 식으로 사건을 호도하고 있다. 문제가 발생한 미국 애틀랜타 한인사회는 스타벅스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도 많은 매장이 있는 스타벅스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가는 대응이다.

'찢어진 눈'은 동양인을 비하하는 인종차별의 모욕이다. 그렇게 표현하는 이들은 그것이 동양인을 비하하는 행위임을 알고 행한다. 영어권 국가가 아닌 유럽 여러 나라에서도 '틈처럼 생긴 눈', '아몬드처럼 좁은 눈', '굴레가 씌워져 크지 않은 눈' 등이 아시아인을 경멸적으로 표현하는 데 사용된다. 영어의 'chinky(찢어진 눈)'와 비슷한 경멸적인 표현으로 불어의 'bride(브리데:굴레 씌운 눈)'나, 리투아니아의 'siauraakis'(샤우라아키스:좁은 눈을 가진 사람) 등이 있다.

이런 비하하는 표현이 전 세계인의 눈이 모이는 스포츠 경기장에서 자주 나오고 별 제지 없이 행해져 문제가 된다. 특히 축구에서 골을 넣고 눈 찢기 퍼포먼스를 하는 것은 미국이나 유럽만이 아니라 중남미나 아프리카 선수들도 종종한다. 동양인과 경기를 하다 골을 넣은 직후 카메라에 대놓고 눈 찢기 퍼포먼스를 하는데, 동양인의 분노를 사는 행위라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절대 아니다. 2008년 스페인 농구대표팀이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양 손으로 눈을 길게 늘어뜨린 채 웃는 포즈의 광고를 신문에 싣자 전 세계 언론사가 일제히 '아시아인 비하 의도가 짙다'며 그 신문사에 사진 삭제를 요구한 바 있듯이 이런 행위는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것이라고 누구나 안다.

그런데 운동선수의 경우는 차지하고라도 소위 알만한 사람이 이런 경멸적인 표현을 사용한 경우도 있다. 바로 엘리자베스 여왕의 남편 필립 공이다. 1986년 중국의 공식 초청으로 방문한 자리에서 만난 영국 출신 유학생들에게 "여러분들이 중국에 오래 머물게 되면 째진 눈이 되어서 영국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오"라는 실언을 했다. 국빈이 되어 방문한 자리에서, 그곳이 중국인데도 이런 말이 나올 정도라면 과연 필립 공이 영국에서는 어떤 표현을 하고 다닐까.

어차피 그 사회의 평균 수준에서 한참 떨어지는 사람들이 이런 표현을 쓴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직도 이곳저곳의 '찢어진 눈' 사태를 봐야 하니 눈도 마음도 다 아프다. 


헤럴드 김종백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