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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지난 18일 북한에서 김정은 세습체제를 비난하는 삐라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있었다. 무더기로 발견된 삐라에는 <김정은 타도!, 김정은 체제로는 북한의 미래가 없다> 등의 반체제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삐라가 발견된 청진 일대의 모든 도로를 봉쇄하고 범인색출에 나서고 있다는데 함경북도 보위부와 평양의 보위사령부까지 동원됐다니 북한 당국이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짐작된다.

이번에 삐라가 발견된 곳은 함경북도 청진이다. 함경북도는 오래전부터 북한 정권에 대한 반체제적 성향이 짙은 지역이다. 관북지방은 북한의 다른 지역에 비해 반골성이 강한데 함경북도는 특히 더 해 김일성조차 생전에 경계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번에 발견된 삐라와 비슷한 것들이 김정은 부위원장이 후계자가 된 2010년 직후부터 회령과 청진 등 도시에서 여러 차례 발견되기도 했다.

조선을 세운 이성계는 함경도 영흥 출신이다. 그런데 그는 "서북방 사람은 크게 쓰지 마라"고 후대에 충고했다. 서북방은 평안도와 함경도다. 이성계는 자기처럼 반골기질을 가진 사람들의 등용을 막아 조선의 안정을 꾀하자는 의도였다. 그 결과 태조 이후 300년 동안 이 지역 출신의 벼슬길이 막혔다. 함경도에서 일어난 두 번의 난을 제압한 세조는 이 지역을 더 차별하고 주민의 부담을 가중시켜 불만을 키웠다. 함경도의 반골기질은 오래된 차별정책으로 더 굵어진 것이다.

함경도가 악명 높은 유배지였다는 것도 반골 지역이 되는데 한몫을 했다. <내일 삼수갑산을 갈지라도>라는 속담은 삼수갑산과 같은 험준한 곳으로 유배를 갈지라도 오늘 할 일은 하겠다는 뜻인데, 삼수(三水)와 갑산(甲山)은 모두 함경도 개마고원 근처에 있는 지역이다. 이런 오지에 유배 온 정객은 현실 정치에 불만이 컸을 것이다. 반골기질이 강한 곳에 불만 있는 인사들을 더 모아 놓으니 이 지역의 반골정서는 더 커질 수밖에. 

평안도와 함경도 사이의 지역감정도 함경도를 고립시키는 요인이 됐다. 감정의 골이 상상 이상으로 심각하다는데 평안도 사람은 함경도 사람을 '찔락이', 함경도 사람은 평안도 사람을 '북데기'라고 비칭한다고 한다. 일설에는 평양에서 함경도 사투리를 잘못 썼다가 국가 관원들로부터 몰매 맞는 일까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남한에 있는 영호남갈등의 원인이 정치적 농간이란 말이 많듯, 북한의 함경도 홀대도 지도부의 의도라는 설이 있다. 그렇게 보면 남이든, 북이든 반골이 되고 싶어 되는 이가 있을까. 잘못된 현실이 반골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닐까.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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