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헤럴드 단상

유럽의 곰 잔혹사

hherald 2012.09.26 14:11 조회 수 : 4446




유럽에서 제법 곰이 많이 서식하는 곳은 루마니아다. 최근 갈색 곰이 주민을 습격해 다치고 죽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루마니아 환경부는 곰이 너무 많아져 이런 일이 생겼다며 한시적으로 곰사냥을 허용했다. 전 세계 곰 사냥꾼이 루마니아로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곰 한 마리를 잡는데 2만 유로의 비용을 내야 하지만 이 정도의 돈은 사냥꾼들이 쉽게 낼 것이라고 지역 언론도 내다봤다. 환경보호론자들은 곰이 너무 많은 게 아니라 정부가 관리를 잘못한 탓이라며 이번 곰 사냥을 비난했다.

곰은 맹수로 알려졌지만 어찌 보면 정작 곰을 맹수로 만든 것은 인간이다. 동물학자들은 곰이 평소에 인간을 먹이나 적으로 생각하고 먼저 공격한 사례가 없다고 얘기한다. 곰이 인간을 공격하는 것은 먹이를 먹고 있는 곰에게 사람이 갑자기 접근하면 먹이를 빼앗기지 않으려 곰이 위협하거나, 새끼를 데리고 있는 어미 곰의 보호 본능, 사냥으로 위협을 느꼈을 때 방어하려고 공격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인간은 곰을 억지 싸움꾼으로 많이 만들었다. 로마의 폭군 칼리큘라는 원형경기장에서 400마리의 곰을 검투사와 개들과 맞붙어 싸우게 했다. 유럽의 귀족들은 자신의 용맹성을 과시하려 곰 사냥을 했다. 그래서 유럽의 곰은 씨가 말랐다. 영국 부근 섬들에선 서기 1000년경부터 야생에 사는 곰을 더는 찾을 수 없었다. 독일과 스위스에서도 14~15세기 이후 곰이 거의 사라졌다. 16세기 런던 동물원에서는 인간에 의해 이빨과 발톱이 빠진 곰이 개와 싸우는 구경거리가 벌어졌고 그렇게 싸운 곰이 벌어주는 돈으로 부자가 된 곰 주인이 많았다.

영국에서 인기를 끈 곰 싸움은 미국으로 건너가 19세기 인기 스포츠가 됐다. 파키스탄 같은 영국 식민지에서도 곰 싸움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인간 구경꾼 앞이 선 곰은 10배 정도 많은 수의 사냥개와 피 터지게 싸워야 했다.

인간에 의해 인위적으로 공원으로 옮겨진 곰의 문제도 인간이 만든 문제였다. 1970년대까지 미국 국립공원에서는 인간이 먹는 음식을 특정 장소에 두고 곰이 와서 먹는 모습을 인간에게 구경시켰다. 문제는 인간의 음식에 길이 든 곰이 음식을 훔치려 야영객의 텐트를 습격해 사람이 다치거나 죽은 것이다. 식인 곰 운운했지만, 인간 마음대로 곰의 자유를 빼앗은 결과 빚어진 비극이었다. 

사냥은 고대의 인류에게는 필수적인 생계수단이었다. 차라리 그때 곰과 인간의 공생관계가 나았다고 볼 수 있다. 사냥이 생계보다는 오락으로 그 목적이 바뀌면서 곰도 레저의 대상이 되고 그래서 인간과의 잔혹사가 발생한 것이다.

에스키모인은 사냥한 곰의 머리를 그 자리에서 내륙 쪽으로 향하게 하여 남겨 둔다고 한다. 곰에게도 이누라라 부르는 본질이 있다고 믿는 그들은 비록 생계를 위해 곰을 사냥했지만 곰이 있어야 할 본래의 장소로 돌려주고 살이 붙어 다시 소생하기를 바라는 의식을 행하는 것이다. 

루마니아의 곰 사냥이 허용되면서, 더욱이 돈을 내면 곰을 사냥할 수 있다는 점이, 곰을 위험한 맹수나 싸움꾼으로 만든 유럽의 잔혹한 레저를 되살리지 않을지 마음이 불편하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