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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투표하자 그것이 힘이기 때문에

hherald 2011.12.12 17:49 조회 수 : 1747




재외국민 참정권이 회복됐다. 유신정권 때 없어졌다가 다시 생겼으니 회복된 것이다. 시민권자가 아닌 주재원, 재외공관원, 유학생, 여행자는 내년 국회의원 지역구 및 비례대표 선거와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영주권자도비례대표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할 수 있다. 사실 영주권자는 그동안 한국에도, 거주국에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신세였다. 재외국민 참정권이 회복되지 않았다면 영원히 '정치적 미아'의 신세라는 표현이 옳다. 이번에 이도 저도 참여하지 못한 정치적 미아의 신세를 드디어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에 선거권이 부여된 재외국민을 약 223만 명으로 추산한다. 지역별로 미주 103만, 유럽 9만 3천, 중동 1만 2천, 아프리카 8천, 아시아 108만 등이다. 재외동포재단이 조사한 바로는 영국을 포함해 유럽에 거주하는 재외동포 중 85.5%가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재외국민 참정권 허용에 대해 75.6%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총선에는 81.7%, 대선에는 88.2%가 참여하겠다고 했다. 대답대로라면 엄청난 투표율이다. 만약 이 정도 투표율이라면 한국의 정치인들이 유럽의 재외동포를 위한 각종 지원과 정책 보따리를 들고 부랴부랴 유럽을 찾아야 할 것이다. 

중앙선관위는 재외국민의 투표율을 20% 정도로 추산한다. 약 50만 표다. 선거 전문가들은 30% 정도까지도 예측한다. 75만 표다. 적은 수가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당선 때 39만 표,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 때 56만 표 차이로 승패가 결정됐다. 따라서 가정이지만 내년 선거가 박빙이라면 재외동포의 표심이 어디로 쏠리냐에 따라 대선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제 영국 동포사회를 한 번 보자. 2010년 말 기준으로 약 4만 7천 명이 산다. 시민권자를 빼고 재외동포는 4만 3천 명 정도다. 유학생과 영주권자만 해도 3만 명. 여기에 일반 체류자를 합하면 결코 적은 표가 아니다. 투표는 개인의 정치적 존엄성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지만 개인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권리이기도 하다. 즉, 영국 재외동포의 표를 우리의 이익을 위해 사용할 권리가 있으며 이번이 기회라는 뜻이다. 

투표하지 않는 곳에 힘이 없다는 것은 멀리 갈 것도 없이 바로 우리가 사는 킹스톤 선거에서 본다. 지난 킹스톤 시의원 선거에 출마한 권석하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권 후보가 속한 자유민주당에서는 한인 중 영국 시민권자를 5천 명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영국 시민권을 받은 만큼 그에 상응하는 투표권을 행사한다면 한인출신 시의원 3명은 나올 수 있는 힘이다. 그런데 선거명부에 등록한 한인출신 시민권자는 달랑 350명. 킹스톤이 지역구인 에드워드 데이비 자민당 의원도 한숨을 쉬었다고 한다. 한인들은 킹스톤을 위해 많은 공헌을 하건만 지역사회는 한인 커뮤니티에 무심하다고 한탄할 일 없다. 고작 350표가 있는 한인사회를 위해 누가 어떤 정책을 배려할까. 행사하지 않는 권리로 오히려 정치적 미아가 된 시민권자는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정치도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곳을 배려할 리 없다. 그래서 이번 재외선거에 재영동포는 반드시 참가해야 한다. 투표율은 차지하고 우선 선거인등록부터 많아야 한다. 영국에 이렇게 많은 표가 있다고 알려야 한다. 영주권자가 아닌 유학생이나 일반체류자는 대사관에 갈 필요 없이 전화 한 통으로 선거등록을 할 수 있다. 대사관에 전화해 선거등록을 하자. 전화하는 순간, 우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권리행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헤럴드 김종백 haninheral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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