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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해가 바뀌었으니 이제 재영한인총연합회는 회장 없는 단체가 됐다. 회장이 없으니 비정상적인 상태는 분명하다. 이럴 때는 그들 주장처럼 비대위가 운영될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비상 시기임을 안다면 비대위가 제대로 헤쳐나가야 한다.

지난해 총회는 비대위를 만드는 총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비대위 구성 방법과 절차, 비대위원장의 선출 등에 썼다. 총회 참석자들이 비대위원장에 당시 한인회장을 뽑았으니 당연히 연임을 한다는 묘한 기운을 풍겼지만 비대위는 다음 회장이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으며 다음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고 명확히 했다.

그리고 그날 총회는 회계보고와 감사보고도 없이 끝났다. 자문위원으로 있는 참석자가 " "정관에 의하면 정기총회의 제1호 의안이 회계보고인데 오늘 총회에서 회계보고를 하지 않느냐?"고 하자 당시 박영근 회장은 "후임 회장이 선출되지 않아서 넘겨받을 사람이 없기 때문에 회계보고를 못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글쎄 이 답변은 궁색하다. 넘겨받을 사람이 없어서 회계 보고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한인회 집행부의 의무를 하지 않은 것이며, 한인회원이 알아야 할 권리를 저버린 것이다. 이 멋진 표현은 내가 한 말이 아니라 그 질문을 했던 자문위원이 메일로 다시 보내온 내용이다.

더 멋진 지적은 이어진다. 한인회장을 향해 <2012년 한 해 동안 한인회에 들어온 총수입은 얼마이고 총지출은 얼마이며 수입의 세부내역과 지출의 세부내역을 정리하여 감사를 받아 총회에서 회원들에게 보고하는 것이 정관의 정신이지 후임자에게 넘겨주기 위하여 회계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일갈했다.

또한 그는 자문위원이 아니라 2011년과 2012년에 한인회비를 낸 재영한인회원 한 명의 자격으로 묻는다며 특히 행사가 많았던 2012년이었음을 지적하며 <8.15 한인축제 외에도 전에 없었던 유럽한인체육대회를 했고, 앞으로 수십 년래에는 없을 런던올림픽 지원행사>까지 여러 가지 행사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 행사들을 하면서 기업과 개인들로부터 받은 한인회비 외에도 후원금과 찬조금, 재외동포재단의 지원금, 유럽한인총연합회의 행사보조금 등을 얼마나 받았고 어떻게 지출했는가를 알고자 하는 것은 회원들의 궁금한 사항이자 알아야 할 권리>라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지적에 대한 답은 없다. 지난해 한인회 집행부는 비대위까지 꾸렸고 지금은 비대위가 비상 시기를 헤쳐 나가고 있는데 아직도 보고서를 만들고 있는 와중인지 회계보고와 감사보고에 대한 이렇다할 말이 없다.

재영한인총연합회가 힘들게 굴러가는 동안 지난해 말 재영국한인연합회라는 새로운 한인단체가 출범하고 회장 선출도 마쳤다. 그러자 새해 들어 재영한인총연합회도 2월 말경 지난 해 뽑지 못한 신임회장을 선출한다고 공표했다. 

비대위 체제를 끝낼 신임 회장을 뽑으려면 사람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새로운 회장으로 나설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신임회장이 나올 수 있는 토양이 돼야 한다. 신임회장이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비대위의 첫째 임무라면 회계보고와 감사보고부터 깔끔하고 신뢰할 수 있게 매조지해야 할 것이다. 작금의 분위기를 보면 그렇지 않은 곳에 누가 대표로 나설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신임 회장이 일할 수 있는 분위기? 만드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저질러 놓은 것을 치우는 것이 우선이라는 뜻으로 들린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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