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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2012년 12월 21일. 크리스마스를 앞둔 금요일. 바로 고대 마야력이 지구 최후의 날로 예언한 날짜다. 이날이 오면 거대한 은하계 중심의 블랙홀과 태양이 일직선에 놓이게 된다. 상상할 수 없는 우주의 힘이 세상의 모든 것을 쓸어버린다. 다음날인 22일이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인데 만약 그렇게 되면 영원히 밤이다. 크리스마스도 없고 새해도 없다. 일부의 사람들이 신봉하는 마야력의 지구 종말일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살아남을 방법은 없는가? 있다. 이런 종말론을 믿는 '뉴에이지' 신도를 따라서 지구 상에 있는 피난 성소로 가면 된다. 프랑스의 피크 드 부가라크 산이 유명한 피난처다. 이곳에 외계인이 UFO를 숨겨 놓았기 때문에 세상의 모든 것을 쓸어 버리는 종말의 날에 산 정상이 열리고 UFO가 나타나 이 산에 모인 사람들을 데려가 종말을 피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런 얘기를 믿는 사람이 있기는 하나보다. 그래서 프랑스 당국이  피크 드 부가라크 산에 대한 봉쇄 조치를 내렸다고 한다. 종말론 신도가 모이면 이들을 말리러 가족이 따라올 것이고, 구경꾼이 몰리고 이를 취재하러 기자도 올 것이기 때문에 사람이 몰려 생길 사고를 우려해 산 출입을 막았다고 한다. 

중국에는 마야 종말설에 심취한 남성이 2년 전부터 노아의 방주를 만든다고. 모든 가산을 털어 길이 21.1m, 폭 15.5m, 높이 5.6m 3층으로 된 노아의 방주를 건조하고 있다. 처자식이 그렇게 말렸지만 5억 이상의 돈이 드는 이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주야로 속력을 내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러시아에서는 세상의 종말이 올 거라 믿는 일부 사람들이 지하벙커를 만들고 서로 사고 판다고 한다.

그럼, 지구 종말일은 왜 하필 올해 12월 21일일까. 마야 달력상 최후 날짜가 이날이다. 마야력은 기원전 3114년을 원년으로 13번째 박툰이 끝나는 날로 마친다. 마야에서는 시간을 14만 4000일, 약 394년 주기로 측정했는데 이를 박툰이라고 한다. 따라서 마야력은 올해 12월 21일까지만 기록돼 있으니까 이 날짜를 지구 종말일이라고 믿는 사람이 나온 것이다. 숫자 개념에서 이미 0을 알고 20진법을 사용한 유명한 마야 숫자, 천체 관측법과 역법이 발달했던 마야 문명이 날짜 계산과 예언에 착오가 없었을 것이라는 과신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마야의 후손은 마야력에 종말론이 있다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  과테말라는 인구의 절반이 마야인의 후손이다. 이곳에서는 종말을 앞두고 오히려 종말에 관련된 축제에 더 들떠있다. 관광업체는 휴가 상품을 만든다고 분주하다. 그런가 하면 마야인 단체에서는 종말을 이처럼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비난하고 있다. 이런, 다른 곳에서는 종말이 온다고 난리인데 정작 마야 후손이 이러고 있다니. 어느 장단에 맞출지.

마야 문명의 갑작스러운 멸망이 미스터리이듯 그들이 말하는 황금의 도시 엘도라도가 진짜 있었는지가 미스터리이듯 마야력을 종말로 계산한 사람의 저의도 참 미스터리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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