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헤럴드 단상

문화훈장의 이력서

hherald 2012.10.22 18:42 조회 수 : 4963



강남스타일과 말춤으로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 싸이에게 정부가 문화훈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문화예술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해 4등급 문화훈장인 옥관문화훈장을 준다는 것이다.

문화훈장은 문화·예술발전에 공을 세워 국민 문화향상과 국가발전에 이바지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1973년 제정됐다. 영국의 메리트 훈장, 이탈리아의 사보이아 훈장 등과 비슷하다. 금관, 은관, 보관, 옥관, 화관 등 다섯 등급으로 나뉘는데 최고 등급인 금관은 말 그대로 살아서 받기는 힘든 상이다. 지금 런던에서 회고전이 열리는 임권택 감독이 생전 수상자로 유일할 정도다.

대부분의 수상자가 사후에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소설가 박완서, '토지'의 박경리, '소나기'의 황순원, 시인 김영랑, 디자이너 앙드레김, 신상옥 영화감독, 6·25전쟁 때 폭격 명령을 거부하며 팔만대장경을 지켜 낸 김영환 공군 장군 등이 사후에 받았다.

싸이가 훈장을 받는 것은 '한류'라는 신조어를 세계에 알린 공로인데 한류 바람을 타고 훈장을 받은 사람은 배용준이 처음이며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운영하는 이수만, <대장금>의 이병훈 PD 등도 한류 덕을 본 수상자다. 그전에는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수상한 감독과 배우들이 많이 받았는데 세계 영화계에 한국을 알린 공로를 치하한 것이다. 박찬욱, 이창동 감독이 3등급인 보관 문화훈장을 받았고 여우주연상을 받은 강수연과 전도연 등이 옥관 문화훈장을 받았다. 가수로서 문화훈장을 받은 이는 이미자, 하춘화, 설운도, 최희준, 조용필 등이 있다. 희극인 임희춘, 배삼룡, 송해 등도 받았다.

문화·예술계에 몸담은 이들에게 문화훈장은 영광이다. 그러나 훈장을 거부한 경우도 있었다. 소설가 황순원은 살아생전 은관문화훈장이 추서됐지만 받기를 거부했다. 사후에 금관문화훈장이 주어졌고 그것이 고인의 뜻과 같은지 다른지 알 길은 없다. 영화배우 최민식은 2004년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는데 2006년 스크린쿼터 관련 시위 당시 문화부에 훈장증과 메달을 반납했다.

권근술 한겨레신문 논설고문도 은관문화훈장을 거부했다. 1999년의 일이다. 당시 방일영 전 조선일보 고문에게는 금관문화훈장이 수여됐다. 권 고문은 언론을 지켜온 언론인이 과연 국가로부터 훈장을 받을 정도로 훌륭한 업적을 남겼느냐에 대한 회의론과 친일파(방일영 전 조선일보 고문)가 훈장 수상자로 둔갑하는 등 훈장의 권위가 실추되어 있는 당시 현실을 고려해 '정중하게 사양'한다고 했다.

싸이의 수상을 두고도 말이 많다. 강남스타일 흥행은 대중문화계에 유례없는 큰 족적이기에 적절하다는 의견과 강남스타일 한 곡으로 인기가 많은 것인데 아직 훈장을 주기에는 조금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글쎄.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

헤럴드 김종백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