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헤럴드 단상

장애인 소녀가 받는 종교 박해

hherald 2012.09.03 19:05 조회 수 : 3353



지난달 파키스탄에서 기독교도인 11살의 소녀가 코란을 찢고 불태워 신성모독죄로 체포된 사건이 있었는데 실상은 이 지역 이슬람 성직자가 기독교도를 쫓아내기 위해 꾸민 사건이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 파키스탄의 기독교 박해는 참으로 나아질 수 없는 숙명처럼 보인다.

이 소녀는 다운증후군을 앓는 장애인이다. 코란을 찢어 불태웠다는 증거로 나온 것은 소녀의 가방뿐, 소녀가 불에 태우는 장면을 목격한 사람은 없다. 오히려 이슬람 성직자가 코란을 찢어 불에 태운 뒤 소녀의 가방에 집어넣는 모습을 본 목격자의 증언이 잇따랐다. 사실이라면 문제의 이슬람 성직자는 기독교도들을 쫓아내기 위해 증거를 조작한 혐의 외에 코란을 훼손한 신성모독죄도 받게 된다.  

'스탄'은 지방이나 나라를 뜻하는 접미사인데 카지흐스탄, 아프카니스탄, 파키스탄 등 스탄이란 말이 붙은 국가나 지역의 주민들은 대부분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이다. 파키스탄은 1947년 영국령이던 인도로부터 분리 독립했는데 인도의 힌두교도들과 살기 싫었던 무슬림들이 떨어져 나온 셈이다. 파키스탄 건국자인 모하메드 알리 지나는 건국 당시 분명히 종교의 자유를 공표했다. 어떤 종교라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회교도들은 파키스탄을 무슬림 국가처럼 만들었고 그들은 그렇게 믿고 있다. 국가와 사회가 이슬람화되는 과정에 개정된 법조차 회교도가 아닌 종교인을 차별하고 박해하는 쪽으로 만들어 졌다. 파키스탄 초기 헌법에는 기독교인이나 다른 종교인들도 '자유롭게' 그들의 신앙을 가질 수 있다고 했지만 '자유롭게'라는 말이 국가를 위협할 수 있다며 삭제했다. 대신 그 자리에 다른 종교인을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신성모독죄'가 거대하게 자리했다. 신성모독죄는 사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인구가 1억8000만 명인 파키스탄에서 4%에 불과한 다른 종교인을 겨냥한 법으로 보여진다. 신성모독법의 조항에는 다른 종교에 대한 공격을 허용하는 내용까지 있다. 

파키스탄에서 기독교인의 삶은 이래저래 힘들다. 차별 받는 것은 물론 대다수의 기독교인이 가난하다. 어떤 지역에서는 기독교인의 85%가 청소부로 일한다. 고용차별로 변변한 직장을 갖지 못해 무슬림 지주의 농장이나 무슬림 가정에서 일한다. 그래서 성폭행이나 살인도 빈번하다. 마다 파키스탄의 기독교인 여성들 1천 명 이상이 강간을 당하고, 2천 건의 납치 및 유괴사건이 일어나며, 1,500 명이 살해 당한다.

물론 모든 파키스탄의 회교도가 이번 사건처럼 장애인 소녀에게 누명을 씌워 기독교인을 쫓아 내려는 이런 극단적인 박해의 종교적 편협함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기독교인 여성을 강간한 무슬림 남성이 있다고 하면 그를 보는 사회적 시선이 파렴치한 성폭행범이 아니라 이교도들을 응징한 성스러운 거사로 보는 잘못이 더 심한 박해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박해가 없는 곳에는 기독교도 없다고 했던가. 그래도 11살 장애 소녀까지 죄를 만들어 붙이려는 박해는 종교의 너무 슬픈 단면이다

헤럴드 김종백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