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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땀 흘리는 석불, 그 땀의 의미는?

hherald 2013.02.04 21:42 조회 수 : 5689





어떤 국가나 인류에게 좋지 않은 일이 곧 닥칠 것이라 사실을 먼저 감지하고 이를 어떤 표징을 통해 드러내는 영험한 성물들이 세계 곳곳에 있다. 땀 흘리는 불상이나 눈물 흘리는 성모상 등이 대표적인데 우리나라 전북 익산 석불사에도 유명한 '땀 흘리는 석불'이 있다. 그런데 이 불상이 지난 2월 1일 또 땀을 흘렸다. 문제는 이 석불은 나라에 좋지 않은 일이 있을 때만 땀을 흘린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석불사의 석불좌상은 보물급 문화재다. 백제 시대인 600년쯤 제작됐는데 머리 부분은 최근 보수해서 새로 붙였다. 이번에 땀을 흘린 모습이 1일 발견됐는데 새로 보수한 머리부분을 제외한 가슴과 다리 부분이 흠뻑 젖은 것으로 알려졌다. 석불좌상이 땀을 흘린 것은 1950년 한국전쟁, 1997년 IMF 외환위기,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 등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 땀을 흘린 사실을 두고 나라에 좋지 않은 일이 생길까 우려하는 사람도 많다.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 땀 흘리는 불상은 완주군 송광사에도 있다. 대웅전 내 삼세불상은 나라에 우환이 있을 때마다 땀을 흘렸다는데 KAL기 폭파사건, 12.12사건, 그리고 97년 12월 2일부터 13일까지 엄청난 양의 땀과 눈물을 흘려 I.M.F 한파를 예견했다고 한다. 

경남 밀양 홍제사의 사명대사 표충비는 땀 흘리는 비각으로 유명하다. 비각을 관리하는 사찰 기록에 따르면 이 비석은 근세 1백 년 동안 모두 40차례 땀을 흘렸다고 한다. 1894년 동학혁명 1주일 전에는 3말 1되, 1910년 경술국치 17일 전에는 4말 1되, 그리고 3·1 운동 19일 전과 해방 14일 전에는 지금까지 기록된 것 중 가장 많은 양인 5말 7되의 땀을 흘렸다고 한다. 또 6·25, 4·19, 5·16, 10·26 등 우리 역사의 중요한 고비마다 땀을 흘린 것으로 나와 있다.

물론 이런 현상을 국가적 변고를 예지한다고 볼 수도 있고 과학적 해석을 붙일 수도 있다. 석불이나 비각이 있는 지형의 특수성, 만들어진 재질, 건축물 외부 온도와 내부 온도 차로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는 결로현상 정도로 과학적 해명을 하려 하지만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사명대사 표충비가 흘린 땀을 지역 보건소에서는 분석한 일도 있는데 보통 물과 별다른 점이 없었다고 한다. 비석이 평소에 습기를 많이 흡수했다가 습도가 높은 날 일시에 토해놓는 것이라고 보기도 하는데 5말 7되라면 100리터가 넘는 양인데 그것이 가능할까.

과학적으로 분석되지 않는 것은 눈물을 흘리는 성물의 경우도 같다. 일본 이키타의 어느 수녀원에 있는 나무로 만들어진 성모상은 6년 동안 101번을 울었는데 성모상이 흘린 눈물이 의학 분석으로 사람의 눈물로 확인됐다. 이탈리아의 치비타베치아 교구의 피 흘리는 성모상은 1995년 2월 다섯 살 여자아이가 처음 발견한 이래, 14차례 피눈물을 흘렸다. 과학적으로 자세히 조사했지만 아무런 조작이나, 내부에 숨겨진 어떤 물체도 발견되지 않았고, 피는 사람의 피라고 증명됐다.

우리가 보고 싶어하고 경험하고 싶은 것이 기적이라고 한다. 그런데 사실 기적이란 수없이 많은데 우리가 무심해서 못보고 지나치는 것이 것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많이 일어나는 기적 중의 일부를 우리가 보고 과학으로 분석하려 하니 어렵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번 처럼 과학적으로 어떻게 시원하게 해명할 수 없다면 그냥 모두 기적일까. 아니면 성물이 알려주는 경종일까. 1500년 전 불상이 오늘 땀을 흘리면서 우리에게 알려주려 한 것은 무엇일까. 그 땀의 의미가 무엇일까.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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