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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이숍 우화에는 유독 이리 이야기가 많이 나오죠. 해질 무렵 자신의 긴 그림자를 보고 자신이 무척 큰 동물로 착각한 이리는 이렇게 큰 몸집을 가진 내가 왜 지금까지 사자를 무서워했는지 모르겠다며 교만해집니다. 그러다 사자를 만나 교만하게 굴다가 물려 죽습니다. 교만한 이리의 얘기죠.

또 하나의 우화를 볼까요. 가시가 목에 걸려 괴로운 이리가 해오라기에게 가시를 빼주면 보답을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해오라기는 이리의 입안에 머리를 넣고 목구멍에 박힌 가시를 뾰쪽한 부리로 쪼아서 빼 줍니다. 그리고는 약속한 보답을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배은망덕한 이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 입 안에 들어온 머리를 다시 나가게 해 준 것보다 더 큰 보답이 어디 있느냐!" 배은망덕한 이리의 얘기죠. 배은망덕한 인간은 자신을 도와준 사람을 끝까지 이용하고 나중에는 해코지까지 합니다.

하나만 더 찾아볼까요. 양두구육 아시죠. 중국의 사자성어가 이숍 우화에 있습니다. 바로 양의 탈을 쓴 늑대. 양으로 위장하면 더 많은 양을 잡아먹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한 이리는 양가죽을 뒤집어쓰고 양 속에 숨어 들어갑니다. 목동은 양 속에 섞인 이리를 몰랐습니다. 해가 지자 목동은 양들을 우리에 넣었습니다. 문을 꼭꼭 잠갔습니다. 양들을 맘껏 잡아먹을 수는 있지만 우리를 벗어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날 목동은 잔치를 위해 양을 한 마리 잡았습니다. 공교롭게도 양으로 위장한 이리가 잡혀 죽었습니다. 과욕으로 망한 이리의 얘기죠.

어른을 위한 동화를 쓰는 지금 우리 곁에는 이리떼가 있습니다. 교만한 이리, 자신을 도와준 사람까지 이용하고 해코지하는 이리, 과욕으로 스스로 망해가는 이리떼가 이 시간 우리랑 같이 하나의 사회를 만들어 살고 있습니다. 

떼를 지어 다니며 자신의 무리에 속하지 않는 이들을 철저히 물어뜯습니다. 어찌보면 그들에게 싸움거리란 무료한 일상에 자극이 되는 것. 일반적인 우리와는 참 다른 생각을 가졌습니다. 이쯤되면 전형적인 이리의 군상입니다. 

그 이리떼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하는 내 방식이 사실은 싫습니다. 나도 그 이리떼가 이제 너무 지겨워서 이런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돌려 표현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 이리떼의 막무가내에 지쳐 무언의 동조를 하는 지라쉬가 되지 않으려 하는 노력이 고작 이숍 우화라니요. 

많은 이들이 묻습니다. 그 이리떼는 그렇게도 할 일이 없나? 맞습니다. 그들은 할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리떼로 몰려다닐 수 있는 것입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 오늘의 이숍 우화는 어땠나요. 이숍 우화가 늘 해피앤딩은 아니죠. 그러나 교훈은 주죠.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 사람의 도리와 이리떼의 근성을 구분하는 지혜. 

예. 맞습니다. 적어도 이리떼에는 속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사람의 도리라는 교훈. 오늘 어른들을 위한 동화의 결론이고요, 아무쪼록 이리떼를 조심하라고 전해드리고 싶네요. 어떻게 깡그리 다 쫓아버려야 하는데 원.


헤럴드 김종백



알려드립니다 : 지난주 헤럴드 단상에 언급된 전임 한인회 자문위원이 한인회 회계보고와 관련해 한인헤럴드와 이메일을 주고 받은 것은 없습니다. 표현상 오해의 소지가 있어 알려 드리며 당사자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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